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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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드라마'의 계보화, 왜?

D.H.Jung 2009. 10. 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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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이시네요', '꽃보다 남자'일까, '커피 프린스 1호점'일까

선망의 대상이 되는 멋진 꽃미남들. 여성들이 들어갈 수 없는 그 금남의 공간에 남장여자로 들어가는 여성. 새로운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먼저 떠오르는 건 '커피 프린스 1호점'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왕자님들이 모여 있는 금남의 커피 전문점으로 성별을 숨긴 채 여자 주인공이 들어갔다면, '미남이시네요'에서는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남성 아이들 그룹 속으로 역시 남장여자인 주인공이 들어간다.

여 주인공인 고미남(박신혜)이 본래 수녀였다는 점은 이 아이들 그룹이라는 금남의 공간에서 앞으로 벌어질 우정과 애정을 넘나드는 로맨스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미남이시네요'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이른바 '꽃미남 드라마'의 계보를 잇고 있다. 국내최고의 인기그룹 A.N.JELL의 멤버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는 꽃미남들이다. 황태경(장근석)은 능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인물이고, 제르미(이홍기)는 웃는 모습이 예쁜 꽃미소 꽃미남이라면, 강신우(정용화)는 웃지 않는 꽃미남이다.

이 꽃미남들의 면면은 '꽃보다 남자'의 F4를 연상시킨다. 이른바 '꽃미남 드라마'라는 지칭은 '커피 프린스 1호점'이 방영되었던 시기만 해도 어색한 것이었지만, 올 들어 일련의 꽃미남들이 쏟아진 드라마들을 통해 이제는 어떤 계보를 형성하는 느낌이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는 '내조의 여왕'의 30대 구준표 윤상현 신드롬으로 이어졌고, 그 윤상현과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는 여성판 '꽃보다 남자'라는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만났다. '미남이시네요'는 그 연장선 위에 서 있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드라마를 온통 꽃미남의 세상으로 만든 것일까. 그것은 꽃미남이 드라마에 부여하는 판타지가 가진 파괴력을 먼저 들어야 할 것이다. 주 시청층인 3,40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꽃미남들은 향수어린 순정만화 속 판타지를 그 드라마 속에서 찾게 만든다. 어딘지 구질구질한 현실이 삭제된 그 공간 속에서는 여성들이 원하는 모든 판타지가 꽃미남들과 함께 구현될 수 있다.

물론 과거에도 꽃미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나타나는 경향은 마치 게임을 하듯 꽃미남을 아예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순정만화 속에서 갓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이들 꽃미남들에게서 현실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실과는 상반된 세계 속에 살아가는 듯한 그들은 상대적으로 보잘것없고 지극히 현실적인 여성을 중심으로 포진해 그녀를 꿈꾸게 만든다. 이 비현실성과 현실성의 부조화가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TV 이편에 앉아있는 시청자를 TV 저편의 세계와 이어주는 역할.

드라마가 현실에 부재한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꽃미남 드라마'의 계보화를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공식처럼 굳어지는 것은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다. 또한 '꽃미남 드라마'는 어떤 선망의 대상을 다루기 때문에 그 위에 손쉽게 상업적인 덧칠이 가능해진다. 드라마의 구도가 공식처럼 세워지고, 그 공식 위에 역할 놀이 하듯 꽃미남들이 포진된 상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치 이들이 패션쇼라도 하듯 드라마가 상품의 전시장이 되고 마는 것은 이 드라마들이 갖는 상업적인 편향을 잘 말해준다.

물론 '미남이시네요'가 이른바 '꽃미남 드라마'들이 걸어가는 그 계보를 따라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매력적인 소재를 가진 드라마가 '꽃미남 드라마'들이 가는 그 길 밖으로 도드라져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적어도 지나치게 꽃미남을 표방한 '꽃보다 남자'보다는, 그래도 그 속에 여성들의 꿈을 잘 담아냈던 '커피 프린스 1호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니 그 이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