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세바퀴'에는 있고 '강심장'에는 없는 것 본문

옛글들/명랑TV

'세바퀴'에는 있고 '강심장'에는 없는 것

D.H.Jung 2009. 10. 13. 00:48
728x90

토크쇼의 새 트렌드, 대결토크쇼의 문제점

SBS의 '절친노트'는 애초에 관계가 불편한 연예인들이 만나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토크 버라이어티쇼였다. 이 프로그램이 전면에 내세운 인물은 김구라와 문희준이었다. 하지만 이 대화와 화해의 토크 버라이어티쇼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만한 소재(불편한 관계의 연예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절친노트'는 '불편한 관계의 만남'에서 한 단계 수위를 낮춰, '어색한 관계의 만남'을 통해 그 리얼한 토크를 이끌어냈다. 토크의 강도는 약해졌지만 훈훈한 대화의 분위기를 강조했던 것. 하지만 이것은 또다시 변화를 거듭했다. 이경규가 투입되어 그 구심점이 김구라에서 이경규로 옮겨지면서 이른바 대결토크쇼를 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절친노트'가 보여준 이 일련의 변화는 현재 급변하고 있는 토크쇼의 트렌드를 잘 짚어준다. 한때 고백이라기보다는 토로에 가깝고, 진술이라기보다는 폭로에 가까웠던 리얼 토크쇼가 대세였던 지점에서 김구라와 문희준이 있었다면, 그 후에 반작용으로 리얼 토크를 구사하면서도 훈훈함을 유지하던 진정성의 토크쇼의 지점에 '절친노트'는 '어색한 관계의 만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작금의 대결토크쇼는 이제 대결구도가 토크쇼의 대세가 되어버린 현재를 정확히 선점하고 있다. 지금의 토크쇼는 이제 자기고백과 폭로의 수위를 가지고 대결을 할 정도로 수위가 높아져 있다.

화요일 밤에 포진한 '강심장'은 성공한 형식인 '세바퀴'가 가진 집단 토크 버라이어티쇼를 끌어오면서도 그 위에 대결토크쇼라는 촉매제를 집어넣었다. 주제가 제시되고 그 주제에 대해 누가 더 강력한 토크를 해내는가에 따라서 우승자가 결정되는 이 형식은 '절친노트' 같은 토크의 목적, 즉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끄집어내어 그를 통해 친해진다'는 그 명목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세바퀴'가 그 제목 그대로 '세대를 넘어서는 이야기들을 담아냄으로써 세상을 바꾼다'는 명목을 갖는 것과 다른 점이다. 말 그대로 '강한 이야기를 해서 이긴다'는 것이 '강심장'이라는 토크 형식의 목적이다. 즉 명목이 사라진 지점에 존재하는 '강심장'의 대결구도는 하드코어적인 자극적 재미에 치중하는 경향이 생겨나게 된다.

이것은 주말 아침 시간대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토끼열전'에서도 마찬가지다. '토크와 끼의 열전'을 줄여 지칭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 제목처럼 토크와 끼의 대결을 보여줄 뿐, 그 외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결구도이기 때문에 물론 토크와 끼(대부분은 몸 개그에 가까운 것들이다)의 수위는 높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즉각적인 재미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문제가 앞으로 지속될 때 나타나게 되는 보다 강한 자극에의 요구다. 즉 목적 자체가 자극을 통한 재미에 있기 때문에, 지속되면 될수록 더 강한 자극만이 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비슷비슷한 자극의 반복으로 쉬 질리는 경향을 가진다.

물론 모든 토크쇼나 버라이어티쇼가 그럴싸한 명목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토크쇼가 갖는 본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토크의 목적으로서의 대화는 사라지고, 그 수위를 넘나드는 자극적인 토크가 심지어 명목조차 없이 대결의 장에 올려지는 것이 어딘지 잘못된 느낌을 주는 것은 왜일까. 이것은 토크쇼가 토크라는 본연의 목적에 치중하기보다는 대결에 더 치중하는 경향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토크쇼가 먼저 중심에 세워야할 것은 대결이라기보다는 공감이다. 그것은 이른바 토크쇼의 새 트렌드라고 하는 대결토크쇼에서도 마찬가지다. '절친노트'가 그 공감의 틀 안에서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면, '강심장'이 지금 위치한 곳은 그 바깥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기 위해 반드시 먼저 고민해야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