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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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헌터스' 논란, 무엇이 공익인가

D.H.Jung 2009. 12. 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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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스'는 과연 공익이 될 것인가

농작물 피해를 입은 농민들을 위해 멧돼지 포획은 허가되어야 하는 것일까. 뉴스를 통해 도심에 출현한 멧돼지 소식을 종종 접하다 보면, 멧돼지의 '유해조수 지정'과 포획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농민들의 피해는 물론이고, 도심으로 뛰어든 멧돼지가 자칫 인명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 코너 '헌터스'의 기획 의도는 바로 이 멧돼지 문제를 공론화해보겠다는 김영희 PD의 의욕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 멧돼지 문제는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환경부에서 이른바 '도심 출현 야생 멧돼지 관리대책'을 발표했고, 이로써 전국 19개 시·군의 수렵장에서 총기 등을 활용해 멧돼지를 포획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러한 대책이 전체적인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미완의 대책이라는 불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해조수' 지정은 전체 생태계를 위해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말한다. 유해조수로 지정되어 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 동물들(늑대가 대표적)은 다양한 종의 보존을 어렵게 하고 결국 부메랑처럼 전체 생태계에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밤의 새 코너 '헌터스'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은 자칫 이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멧돼지가 만들어내는 피해상황과 거기에 대응하는 포획의 정당성만을 부각시키지 않을까 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렇게 멧돼지 대 인간의 대결구도로 프로그램이 짜여지게 되면 그 다음에는 '멧돼지 사냥'이라는 자극적인 오락거리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김영희 PD는 이것이 이 프로그램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헌터스'는 멧돼지를 잡는 프로그램이 아니며, 멧돼지 학살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아직 방영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단체나 환경보호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이 이른 감이 있다. 결국 프로그램은 그 제작을 맡고 있는 김영희 PD가 만드는 것이고, 그러기 때문에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금껏 일련의 공익을 내세우는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던 김영희 PD라면, 이 민감한 소재 역시 잘 풀어낼 거라는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김영희 PD의 말대로, 오히려 멧돼지의 생태와 공존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환경단체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거꾸로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 갖는 접근방식(이 방식은 토론이 아니라 공감의 방식을 취한다)이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이 김영희 PD가 이 공익과 볼거리 사이에 제대로 균형을 맞춰줬을 때의 일이다. 결국 이 어느 것이 공익이고 어느 것이 아니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6일 방송되는 첫 회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김영희 PD 특유의 공익 버라이어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