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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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강심장'에 대처하는 '상플'의 자세

D.H.Jung 2009. 12. 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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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의 실험, '상플'의 복고

강호동, 이승기 같은 하나의 아이콘이 된 MC들. 인해전술에 가까운 화려한 게스트. 그 게스트들이 쏟아내는 경쟁적인 이야기들과 퍼포먼스들. '강심장'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강호동의 고함에 가까운 성량이나 강력한 리액션처럼, 강한 면모를 전면에 내세운 토크쇼다. 자신의 이야기를 경매 부치듯 제목을 적어 푯말로 세워두는 컨셉트는, 포털 메인 화면 위에 떠 있는 자극적인 제목들의 낚시질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포털 메인 화면이 그러하듯이 많아진 인물들(사실은 많아진 이야기 종류)은 그만큼 다양해진 대중들의 취향을 반영한다. 강호동과 이승기는 그 이야기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해 들을 것인가를 정하는 마우스의 화살표 같은 역할을 하고, 이야기 배틀을 통해 어떤 순위가 정해지는 것은 포털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련의 순위 시스템들을 떠올리게 한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확대 재생산 되어가는 과정을 이 토크쇼 내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 의해 또 다른 방향으로 튄다. 때로는 억측이나 추측성 내용들이 나오는 것까지 '강심장'이 보여주는 형식은 포털의 형식을 그대로 닮아있다.

이것은 '강심장' 같은 토크쇼들이 현 달라진 커뮤니케이션을 프로그램 속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공적인 것에 한정되던 이야기의 범주가 사적인 것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이야기는 언제나 넘쳐나고, 그 순도도 높은 편이다. 그러니 이러한 달라진 이야기 세상에서 서로 경쟁적으로 그 이야기를 쏟아내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으로 '강심장'은 일정한 대중성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 인터넷 생태계를 그대로 토크쇼로 가져온 형식이 늘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먼저 전체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토크들은 초반에는 신선한 강도로 다가오지만, 차츰 지나다 보면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토크쇼가 주는 강한 이야기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오히려 이야기를 밋밋하게 만들어버릴 위험성도 있다. 포털 화면을 가득 채우는 글자들의 향연이 다양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산만함을 가져오는 것처럼, 인해전술 게스트들의 맥락없는 병렬적인 이야기들의 나열은 역시 산만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짧게 훑고 지나가는 카메라 앞에서 토크쇼의 인물들이 캐릭터를 구성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캐릭터는 내부에서 새롭게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가져온 것을 활용하게 된다. 붐 같은 캐릭터의 공백이 유난히 깊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가진 캐릭터의 안정감이 다른 인물들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때론 산만한 환경 속에서 대중들은 정반대의 욕구를 갖기도 한다. 그것은 이른바 복고나 향수가 되는데, '상상플러스2'는 '강심장'이 보여주는 화려한 빛의 어지러움에 의해 오히려 상대적인 힘을 얻고 있다. 새롭게 구성된 '앗 나의 진심' 같은 코너는 편안함을 준다. 과거라면 이 정도 게스트 수도 적지 않다고 여겨졌을 지 모르지만, '강심장' 같은 집단 게스트를 경험한 시청자들은 '상상플러스'의 게스트는 굉장한 집중력을 느끼게 해준다. 이 속에서는 그들의 진심을 다각적인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무엇보다 동류 카테고리로 묶여지는 게스트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는 그저 산만하게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진다는 점에서 힘을 발하게 된다.

'상상플러스2'는 사실 그다지 변한 게 없다. 하지만 토크쇼의 전통적인 모습을 고수하면서, 아니 그럼으로써 '강심장' 같은 강적이 보이는 형식의 정반대편에 서게 되면서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 이것이 '상상플러스'가 '강심장'의 등장과 함께 조금씩 시청률이 오르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