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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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포츠 독점중계가 예능에 미칠 영향

D.H.Jung 2010. 2. 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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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무도'가 넘었지만...

이제 곧 밴쿠버에서 동계 올림픽이 시작됩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거기에는 아마도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연아 선수겠죠. 그녀의 금번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의 금메달 도전은 국민적인 관심사를 넘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녀는 물론 경기장에서의 매력적인 연기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은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이 전파되었습니다. 그녀가 국민여동생으로서 누구에게나 지지받는 존재가 된 것은 이 경기장 안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경기장 밖에서의 옆집 동생 같은 수수한 얼굴이 균형있게 비추어졌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과 스포츠 스타가 서로 만나 찰떡궁합의 면모를 보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은 스포츠 스타들로서도 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되고, 프로그램으로서도 이들의 인기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은 유난히도 이번 동계 올림픽과의 인연이 깊습니다. 김연아 선수를 게스트로 초대해 집중 조명한 적이 있으며, 봅슬레이팀을 조명해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이번 동계 올림픽에 대한 유난한 관심에 '무한도전'이 한 역할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편 이번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스키 점프 선수들은 영화 '국가대표'를 통해 집중조명되었습니다. 그간에는 별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던 일반대중들도 이제는 스키 점프가 갖는 그 매력적인 비상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스포츠 외부적인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스포츠에 기여한 바가 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번 동계 올림픽은 SBS가 독점으로 중계한다고 합니다. 사실 SBS의 독점중계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앞으로 2012년 하계올림픽, 2014년 동계올림픽, 2016년 하계올림픽, 게다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물론이고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월드컵 중계권까지 모두 독점 확보한 상태입니다. 이것은 타 방송사가 사실상 스포츠 중계를 할 수 없게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장 내에서의 촬영을 할 수 없는 데다, 스포츠 관련 뉴스 같은 것을 내보내려 해도 모두 SBS측에서 보내주는 화면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항간에는 '남자의 자격'의 월드컵 행이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유는 SBS가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촬영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타 방송사들은 동계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가적인 스포츠 행사가 벌어질 때 주변만 찍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이러한 국가적인 스포츠 행사의 시기에는 사실상 타 장르의 프로그램들, 예를 들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까지 무덤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 때를 어떻게 넘길 것이냐가 고민이 되곤 하죠.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은 아예 스포츠 경기를 아이템으로 선정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SBS의 독점 중계권으로 인해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봅슬레이에 국민적 관심을 일으킨 '무한도전'이 정작 봅슬레이 경기를 아이템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이러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