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나잇 앤 데이', 톰 크루즈와 롤러코스터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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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 앤 데이', 톰 크루즈와 롤러코스터를!

D.H.Jung 2010. 7. 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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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위치타 공항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마치 가이드를 따라가듯 톰 크루즈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 공항 내 안내방송은 이 롤러코스터에 이제 막 톰 크루즈의 안내를 받아 탑승한 관객들에게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빌겠습니다"하고 말한다. 그리고 안전한 일상 속에 살아왔던 우리들을 때론 아찔하고 때론 로맨틱한 두 시간 짜리 여행 속으로 데려간다.

우리를 대신할 영화 속 인물은 캐머런 디아즈. 그녀는 '나잇 앤 데이'라는 영화적 판타지의 세계와 현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주는 인물이다. 그녀에게 감정이입된 관객들은 그녀가 느끼는 대로 위험해보이면서도 어딘지 매력으로 넘치는 톰 크루즈에게 기꺼이 몸을 맡긴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 즐거운 여행을 깨뜨릴 수 있는 지독한 상황 속에 들어가면 친절하게도 톰 크루즈는 그녀에게 잠이 오는 약을 먹인다. 그러니 위험한 상황은 지워지고 대신 눈을 뜨면 꿈꾸던 곳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톰 크루즈는 이 여행의 가이드이자, 친절한 기사(Knight)다. 관객을 공주처럼 대하는.

'나잇 앤 데이'는 액션물과 로맨틱 코미디를 절묘하게 엮어놓았다. 그것은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와 각종 로맨틱 코미디에서 발군의 푼수끼를 보여주었던 캐머런 디아즈의 조합 그대로다. 영화는 스파이 남편의 모험 속으로 갑자기 뛰어 들어간 아내의 이야기를 담았던 '트루 라이즈'를 떠올리게 한다. 과도한 액션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깨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이 영화는 톰 크루즈라는 농담 잘 하고 여성에 대한 배려가 출중한 데다 잘 생기기까지 한 인물을 투여해 상황을 늘 말랑말랑하게 바꿔놓는다. 여성들이 진짜 좋아할만한 '로맨틱 액션'. 위험해보여도 안전함을 보장하는 짜릿한 일상탈출 롤러코스터가 '나잇 앤 데이'다.

놀이공원에 즐비한 롤러코스터들이 우리에게 말하듯, 이 영화는 '안전한 삶'이 가진 무료함을 '죽음'이라고까지 말한다. 톰 크루즈가 캐머런 디아즈에게 정보조직이 당신을 찾아갈 것이고 '안전' 같은 말을 반복하면 그건 "당신을 죽이겠다"는 말이니 도망치라고 하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의 안전함을 벗어나 위험하지만 짜릿한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이 어디 쉬운 일인가. 캐머런 디아즈는 모험과 안전 사이에서 갈등한다. 대부분의 우리가 그렇듯이 '지금'이 아닌 '언젠가'로 꿈을 미루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라는 말은 톰 크루즈의 말대로 '위험한 말'이다.

영화는 이 '언젠가'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를(어쩌면 우리를) '지금'의 삶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녀는 톰 크루즈라는 대단히 매력적인 가이드와 함께 알프스로 외딴 섬으로 오스트리아로 스페인으로 날아간다. 마치 비행기에서 푹 자고 나면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자고 나면 그 꿈꾸던 세계 속으로 들어와 있다. 이처럼 '나잇 앤 데이'는 우리들이 원하고 꿈꾸는 세계를 두 시간 짜리 롤러코스터로 압축해 놓는다. 부담 없고, 신나고, 로맨틱한, 일상에 지쳐 잊고 있던 그 짜릿함에 열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롤러코스터도 이 정도면 꽤 타볼만한 가치가 있다 느끼게 하는 영화, 바로 '나잇 앤 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