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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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가 보여주는 4MC들의 진가

D.H.Jung 2010. 8. 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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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 속 유재석,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의 진면목

'해피투게더'의 고정MC 네 사람은 지금 예능 세상에서는 아마도 가장 핫한 인물들일 것이다. '무한도전'과 '놀러와', 그리고 새로 시작한 '런닝맨'까지 합쳐 무려 일주일에 네 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자기 식으로 소화해내고 있는 유재석은 물론이고, '무한도전'과 최근에 주목받는 '뜨거운 형제들'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명수, '해피투게더'를 통해 아줌마 파워를 보여주고는 '세바퀴' 같은 주말 예능의 강자를 이끌고 있는 박미선, 그리고 여성 개그맨으로서 '패밀리가 떴다2'에 이어 '영웅호걸'에도 출연하고 있는 신봉선까지 '해피투게더'는 실로 쟁쟁한 MC들의 경연장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정작 이 당당하고 화려해보이기까지 하는 MC들이 '해피투게더'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지극히 소박하고 심지어 지질해 보이기까지 하다. '무한도전'이나 '뜨거운 형제들'에서 때로는 독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버럭 대고 상대방을 몰아세우던 박명수는 '해피투게더'에 앉기만 하면 심하게 위축된 중년 남자로 돌아간다. 다닥다닥 붙어 앉을 수밖에 없는 자세지만 그래도 심하게 쪼그리고 앉은 그는 유재석이 만들어놓은 멍석 위에서 바보처럼 웃거나 스스로를 아낌없이 망가뜨림으로써 찾아온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만들어놓는 역할을 한다.

집단토크쇼 '세바퀴'에서 그 집단적인 게스트들을 좌지우지하며 때론 아줌마 특유의 뻔뻔함으로 톡톡 쏘기도 하고, 때론 뻣뻣한 몸으로 춤을 추는 등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몸 개그를 선보이는 박미선도 마찬가지. 그녀는 '해피투게더'에 앉으면 얘기 들어주는 푸근한 아줌마로 변신한다. 때론 엉뚱한 소리를 함으로써 면박을 받기도 하는 그녀 역시 이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촉수를 게스트의 일거수일투족에 맞추고 있다. 이것은 가수들이 나오면 여지없이 망가지는 춤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젊은 세대 특유의 발랄함과 나이 든 세대까지 끌어안는 특유의 입담을 가진 신봉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녀 역시 '해피투게더'에서는 '영웅호걸' 같은 조금은 독하달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것은 이미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의 캐릭터를 순발력 있게 콕콕 찍어내는 것으로 그것이 캐릭터로 굳어져 있는 유재석도 예외는 아니다.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 특유의 편안함은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같은 때론 절박해보이기까지 하는 상황보다는 '해피투게더'에서 더 잘 드러나는 편이다. 유재석의 진두지휘 아래 네 명의 MC들이 만들어내는 조합은 그래서 게스트들에게 유독 친절한 '해피투게더'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세대와 성별이 아무리 달라도 이 속에 들어오면 누구나 무장해제 되고 마는 그 분위기.

독한 예능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그 예능을 이끌어가는 MC들 역시 독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해피투게더'라는 마치 친정 같은 편안함을 연출하는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온 이 네 명의 MC들의 모습이 이들의 진면목이라 느껴지는 것은 말이다. 경쟁 사회 속에 내던져진 자극의 피곤함에서 벗어나자 오히려 더 드러나는 진가처럼. 이것은 지금 목요일 밤 예능의 선두주자로서 17%에 가까운 시청률을 내고 있는 '해피투게더'가 가진 독특한 아우라라 할 수 있다. 이런 아우라 속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MC들의 진심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닿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