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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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청춘 사극, '성균관 스캔들'의 가능성

D.H.Jung 2010. 9. 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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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청춘물 그 이상을 그릴까

'성균관 스캔들'에는 우리가 익히 봐왔던 많은 사극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세책점은 '음란서생'을, 남장여자 콘셉트는 '바람의 화원'을, 두건을 하고 밤을 휘젓고 다니는 홍벽서는 '일지매'를 그리고 금등지사와 정조 그리고 정약용의 이야기는 '영원한 제국'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성균관 스캔들'이 단지 이런 몇몇 사극들의 코드들을 버무려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일축할 수는 없다. 이들 작품들과 차별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청춘'이다.

여기서 '청춘'이라고 하면 단지 남장여자 콘셉트의 여주인공과, '꽃보다 남자'의 사극 버전 정도로 읽을 수 있는 꽃미남들이 어우러지는 그저 그런 멜로를 떠올릴 수 있다. 물론 '성균관 스캔들'이 가진 가장 큰 강점 중은 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청춘들의 대학(?) 멜로에 있는 게 사실이다. 믹키유천에 유아인 그리고 송중기라면 당연한 일 아닌가. 게다가 대학 멜로에 빠질 수 없는 기숙사(?)에서 남장여자 윤희(박민영)는 그들과 심지어 같은 방을 쓴다. 그것도 조선시대에.

거기에만 머문다면 이 작품은 그저 그런 청춘물의 사극버전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금등지사의 이야기와 윤희의 아버지 김승헌의 죽음이 연관이 있고, 또 문재신(유아인) 역시 그 형의 죽음이 금등지사와 관련이 있다고 볼 때, 이 사극은 그저 알콩달콩 청춘물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조가 성균관에 정약용을 보낸 이유 역시 바로 그 금등지사와 관련이 있는 것이니까.

겉보기엔 지조 있는 선비처럼 엄숙한 낯빛을 한 채 단단한 권력의 틀을 쥐고 있지만, 그 뒤편을 보면 그 권력이 끝없는 당쟁과 권력 투쟁의 음모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청춘들은 과연 어떻게 이와 싸워나갈 것인가. 홍벽서(洪壁書)라는 이름이 말 그대로 대자보를 뜻하듯, 이미 이 싸움은 이 작품 밑바닥에 세워져 있다. 권력의 중심에서 누릴 모든 것을 누리며 자라온 선준(박유천)은 자신의 아버지가 가진 권력의 실체를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형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자리만을 지키려 하는 아버지 앞에 문재신은 어떻게 저항해나갈 것인가. 재미로만 살아오다 사는 이유를 알게 된 용하(송중기)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가난에 꿈꾸는 것조차 사치라 여기며 살아온 윤희는 다시 꿈꿀 수 있을 것인가.

'성균관 스캔들'이 앞으로 그려나갈 청춘의 파릇파릇함이 보는 이를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들이 상기시키는 젊은 날의 그 연애감정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어느덧 삶에 지쳐 잊고 있었던 청춘의 꿈같은 것들이 꿈틀거린다. 거침없이 옳다고 생각하던 것을 끝까지 믿고 밀고 나가던 그 시절의 호기. 뭐든 꿈꾸면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 강건했던 마음. 물론 작금의 청춘들에게는 윤희가 조금씩 꾸게 되는 꿈을 통해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것 역시 그 사치로만 생각했던 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