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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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송중기가 주목받는 이유

D.H.Jung 2010. 9. 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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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여자 콘셉트를 용인하게 하는 '여자보다 더 예쁜' 송중기

'성균관 스캔들'의 잘금4인방이 화제다. 보기만 해도 오줌을 잘금잘금 지린다는 꽃미남 4인방. 어찌 보면 '꽃보다 남자' F4의 사극 버전을 보는 듯 하지만, 사실 4인방 속에 김윤식(박민영)은 남장여자라는 점에서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더 닮았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메시지는 당파로 갈라진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 청춘들의 도전 혹은 저항을 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드라마에 힘을 부여하는 것은 이 4인방이 미션 속에서 보여주는 달달한 로맨스다.

마치 '캔디'의 안소니와 테리우스를 연상케 하는 이선준(박유천)과 문재신(유아인), 그리고 아치와 스테아를 합쳐놓은 듯한 구용하(송중기)가 남장여자로 성균관에 들어온 김윤식(본래는 김윤희)과 미묘한 관계로 엮어진다. 늘 삐딱하게만 구는 반항아 문재신은 김윤식이 사실은 여자라는 사실을 목도하고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이선준은 우정으로만 알았던 가슴 설렘이 어딘지 연애 감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구용하는 일찍부터 김윤식이 남장여자라는 심증을 갖고 있었지만, 바로 그 점에 흥미를 느끼면서 이들과 같은 편에 선다.

이야기는 이들 잘금4인방과 성균관 장의 하인수(전태수)와의 대결을 담고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들 뒤편에 왕과 권세를 장악한 노론 세력과의 대결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왕은 성균관 유생들에게 미션을 내리지만, 그 미션은 또한 왕이 노론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방식으로 제시된다. 즉 성균관은 대학이지만, 당대의 조정의 축소판이다. 이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사소해보여도 하나의 정치적인 행위로 그려진다.

재미있는 것은 잘금4인방 중에서 유독 구용하라는 캐릭터가 눈에 띈다는 점이다. 사실 구용하는 이러한 대결구도 속에 당사자로 서 있다기보다는 방관자처럼 주변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왜 이토록 주목받는 것일까. 그것은 먼저 이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상당히 현대적이기 때문이다. 이선준은 전형적인 사대부 자제의 모습이고, 문재신은 또 전형적인 그 극단의 반대편에 서 있는 반항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구용하는 깨방정에 가까운 가벼움을 드러내는 캐릭터다. 그에게 학문이나 정치 같은 것은 어딘지 우스워 보인다.

그가 삶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재미'라는 차원은 구용하라는 조선시대의 캐릭터를 작금의 젊은이들의 감성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다. 어딘지 세상을 일찍 알아버린 젊은 청춘들은 삶에서 유일한 위안거리로서 재미를 찾는다. 그는 유생들의 물건을 훔쳤다는 모함에 빠진 김윤식을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탐정놀이를 하게 된다. 그는 여기서도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역할이다. 허무주의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구용하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에는 분명, 작금의 현실이 청춘들에게 부과하는 허탈감이 들어 있다.

물론 구용하라는 캐릭터를 깨우는 건 송중기라는 꽃미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대단한 연기력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가진 이미지는 구용하라는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게다가 드라마적으로 볼 때 송중기는 이 자칫 이해할 수 없는 '남장여자 놀이'를 그나마 이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자보다도 더 예쁜' 그의 이미지가 있었기에 누가 봐도 여자인 박민영이 남장여자로 활동하는 것이 용인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구용하라는 캐릭터가 그저 허무주의에 빠진 청춘을 대변하는 것으로 주목받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뭐 하나 진지하게 고민할 것 같지 않은 캐릭터가 김윤식을 만나 차츰 진지해지고 뭔가 삶에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는 그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리고 이 기대감은 현실에 치여 방황하는 청춘들 스스로 현실을 넘어서려는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