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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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의학, '닥터 챔프'는 어떤 드라마?

D.H.Jung 2010. 10. 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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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챔프', 반칙 쓰는 세상과의 한판 승부

"만약에요. 운동을 되게 열심히 했는데, 상대선수가 나보다 힘도 너무 세고 반칙도 막 쓰고 그러면 어떻게 해요?" "방법이 없어요. 죽어라 더 노력해서 그 놈만큼 세지는 수밖에." "그거는 결국 못이기는 거 아닌가? 정정당당한 방법으로는." "아니요? 이겨요. 반칙패. 심판이 있잖아요. 반칙하면 다 걸리지 심판한테." "심판. (웃고는) 나한텐 심판이 없는데." - '닥터 챔프' 유도선수 박지헌(정겨운)과 스포츠의학 전문의 김연우(김소연)가 택시 안에서 나누는 대화 中에서

새벽 4시. 그 택시 안의 공기는 얼마나 신산했을까. 동상이몽. '닥터 챔프'의 김연우와 박지헌은 같은 대화 속에서 각자의 상황을 떠올렸을 것이다. 김연우가 떠올린 것은, 서교수(조민기)의 의료사고를 덮지 않고 내부고발한 일로 병원에서도 쫓겨나고 다른 병원에도 취직하지 못하게 된데다 겨우 들어가게 된 태릉선수촌에서조차 쫓겨나게 될 자신의 처지였을 것이다. 힘도 세고 반칙도 막 쓰는 이는 다름 아닌 바로 서교수를 지칭하는 것. 반면 박지헌이 떠올린 건, 5년 만에 태릉선수촌에 들어가게 됐지만 여전히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라이벌 상봉(정석원)이다.

이 대화처럼 '닥터 챔프'가 그리는 것은 힘도 세고 반칙도 막 쓰는 세상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풋풋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죽어라 노력하고 더 강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래도 정정당당한 판결을 내려줄 심판. 반칙하는 자들에게 반칙패 판정을 내려줄 그 누군가의 격려다. 한 명은 유도의 세계에서, 또 다른 한 명은 병원의 세계에서 만만찮은 대결을 벌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한 택시에 탔다. 비록 새벽4시, 피곤한 하루를 눕히지도 못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택시 안에서 그들의 대화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난다. 방법을 제 나름대로 말해주며 결국은 '이길거라' 말해주는 지헌이 그렇고, 그 말에 하루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는 풋 웃는 연우가 그렇다. 그래서 "나한텐 심판이 없는데"라는 연우의 대사는 어떤 여운을 남긴다. 이것은 이 드라마 속에서 앞으로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힘겨운 어깨를 두드려주며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갈 지를 예감하게 한다. 서로의 심판이 되어줄 그들.

'닥터 챔프'는 새벽4시 한 스포츠 선수와 한 스포츠의학 전문의가 한 택시 안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풋풋하고 신선하고 때론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따뜻한 드라마다. 이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분야는 몸이라는 공유지점으로 훈훈한 온기를 전한다. 한쪽은 진한 땀 냄새와 승부의 세계가 그 몸에 걸쳐있다면, 그 상처 난 몸을 치유해주는 치유의 세계가 다른 한쪽이다. 그래서 '닥터 챔프'라는 제목은 여러 가지 의미로 들린다. 결국 승리하게 된(챔프) 닥터 혹은 닥터의 남자가 된 챔프. 달콤한 멜로의 세계와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병원과 스포츠의 세계가 공존하는 드라마. 바로 '닥터 챔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