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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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구 앵커의 '뉴스데스크', 뉴스는 재밌으면 안돼?

D.H.Jung 2010. 11. 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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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구 앵커의 '뉴스데스크' 뭐가 달랐나

"5년8개월만에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다는 자세로 소통과 공감을 뉴스의 기본축으로 삼겠다"는 최일구 앵커의 말대로 40년 만에 8시부터 시작하는 주말 '뉴스데스크'는 확실히 달랐다.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뉴스가 예능 프로그램만큼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최일구 앵커의 '뉴스데스크'는 뉴스의 선정에서부터 보도 순서, 보도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뉴스의 진행 방식까지 기존 뉴스의 모든 틀에 변화를 주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뉴스 프로그램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첫 소식의 변화다. 개편된 주말 '뉴스데스크' 첫날의 첫 소식은 안개 소식으로 시작했다. 때 아닌 전국을 뒤덮은 안개 소식을 전하며 최일구 앵커는 "말 그대로 안개전국인데요"하고 운을 떼고는, 다음 청목회 로비 의혹에 대한 뉴스를 전하면서 "정치권도 안개에 휩싸였습니다"하고 '안개전국'과 '안개정국'을 이어 붙였다. 재치 있는 멘트로 딱딱해질 수 있는 정치권 소식을 시청자들에게 좀 더 부드럽게 접근시킨 것이다.

이튿날 첫 소식은 박지성 선수의 한 경기 두 골이었다. 이 뉴스를 전하면서도 최일구 앵커는 "한 경기 두 골을 기록하고 상대 울버 햄턴을 완전히 울보로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해 특유의 재치 있는 멘트를 선보였다. 최일구 앵커가 "다른 중요한 뉴스도 많지만 오늘 휴일이고 해서 산소탱크의 골 소식을 톱으로 정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주말 밤의 '뉴스데스크'는 늘 뉴스의 첫 소식이라면 등장하던 정치권 뉴스의 범주를 벗어난다. 즉 시청자가 원하고 듣고 싶은 뉴스를 먼저 앞에서 보여주고 정치권 소식은 뒤쪽으로 빼낸 것. 첫날 이명박 대통령이 G20 준비를 둘러본 소식은 뉴스 시작 후 23분 후에 전해졌고, 둘째 날 정치권 소식 역시 20여분이 지난 후에 전해졌다.

보도 방식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보였다. 그것은 현장 깊숙이 직접 기자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담아내려는 노력이다. 첫날 최일구 앵커는 전라남도 무안까지 달려가 낙지 어민들과 실제로 낙지를 잡아보고 그네들의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듣는 자리를 만들었다. 어민과 똑같은 복장으로 앵커가 뻘에서 뒹구는 모습은 '뉴스데스크'의 한층 낮춘 보도 자세를 돋보이게 했다. "한 시간 동안 40번을 시도한 끝에야 겨우 낙지 한 마리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최일구 앵커의 말은 뉴스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만한 노력을 보이겠다는 의지로 읽혀졌다. 한편 광부들의 삶을 취재하기 위해 지하 550미터 막장으로 들어간 기자는 얼굴에 검댕을 묻혀가며 그들과 일해보고는 "저처럼 살찐 사람이 없다는 말 이제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뉴스라고 하더라도 땀이 배어있는 뉴스가 가진 진정성에 천착하는 모습이다.

재미있는 것은 최일구 앵커의 진행스타일이다. 그는 기존 앵커들이 혼자 앞에서 진행하는 형식이 아니라 기자들과 함께 뉴스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KTX를 취재하는 내용에서 그는 "참 빠르긴 빠르죠. 주말 뉴스부 박승진 기자를 KTX에 태워서 취재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박기자는 이 KTX 때문에 지역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라고 말했고, 야생동물의 생존에 대한 소식에서도 "등산 중에 어린 야생 동물을 발견하면 측은지심으로 데려다 키우고 싶을 때도 있는데요 그러나 환경전문 허무호 기자는 아무리 선의라 해도 데려다가 키우면 야생동물의 생존이 허무해진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즉 앵커의 목소리가 아니라 기자들의 목소리를 더 높여주는 진행스타일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불필요해 보이는 멘트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너무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다는 얘기를 하면서 "사장님한테 얘기해서 뉴스시간 좀 늘려달라고 해야겠습니다"라고 말한다거나, 기상캐스터에게 "어제보다는 덜 떨립니까? 새내기 캐스터가 이틀만에 적응하는 거 보니까 방송 소질이 꽤 있는 거 같습니다."하고 말하는 내용은 굳이 없어도 되는 멘트들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스럽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전체 뉴스 프로그램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뉴스는 예능이 아니고 예능이어서도 안 된다. 정확한 정보를 신뢰감 있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보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실시간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작금에 이르러 정보의 정확성이나 신뢰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지상파의 뉴스 프로그램이 뉴스의 일원화된 창구로서 기능하던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스는 어떤 식으로든 좀 더 지금의 시청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다가가야 한다. 지금 최일구 앵커의 '뉴스데스크'는 이 변화된 뉴스의 환경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