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건전한 청소년드라마? 그건 왜곡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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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청소년드라마? 그건 왜곡이다

D.H.Jung 2010. 12. 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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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피쉬2', 논란이 아닌 문제제기로 봐야

'정글피쉬2'에 대한 반응은 양분되어 있다. 청소년드라마라는 외피를 입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다루는 소재들은 자살, 원조교제, 빵 셔틀, 청소년 임신 같은 실로 민감한 부분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비판하는 쪽은 청소년드라마가 아니라 막장드라마라고까지 부르며 이런 드라마를 공영방송인 KBS에서 방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말 이 드라마는 막장일까? 단지 건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먼저 거꾸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과연 청소년들이 느끼는 진짜 현실은 어떤 것일까. 우리네 교육현실이 과연 그토록 건전한가. 아침부터 새벽까지 말 그대로 입시기계로 살아가기를 강요받는 청소년들의 현실 자체가 막장이지 않은가. 물론 자살이나 원조교제 같은 극화된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드라마의 속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청소년의 현실이 빠져있는 드라마를 청소년 드라마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글피쉬2'는 오히려 진지하게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고민하며 어떤 문제를 던지고 거기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해주는 진짜 청소년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임신이나 자살이라는 사건 자체가 엄청난 자극으로 도드라져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사건들에 대한 해법을 '선생님의 지도'가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찾아내는 그 과정을 발견할 수 있다.

'정글피쉬2'는 마치 '여고괴담'을 보는 것처럼 미스테리한 구성으로 효안(한지우)이라는 한 여고생의 죽음을 추적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주목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 여고생을 중심으로 함께 지내왔던 친구들의 고민들이 횡으로 펼쳐진다. 효안이 자살하던 날 자신이 그녀를 잡아주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자책하는 남자친구 민호수(홍종현), 자퇴생이라는 것 때문에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받는 바우(이준), 성적스트레스로 고통스러워하는 서율(지연), 뮤지션의 꿈을 꾸지만 남자친구와 열애 중 덜컥 임신을 해버린 이라이(신소율), 가난해 급식비도 내지 못하고 일진들 빵 셔틀을 하는 태랑(김동범)... 이들은 효안의 죽음 앞에 모였다가 다시 자신의 문제 속으로 들어간다.

자살한 효안와 자신에 대한 뜬소문이 끝없이 생겨나고 증폭되는 상황을 겪게 되는 민호수의 에피소드가 그려진 '이방인a' 편은 이 드라마가 단지 자극만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말해준다. 이 편에서 민호수는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자신이 효안에게 돈을 벌어오라며 원조교제를 시켰다는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루머로 공격을 받는다. 친구들은 신고하자고 말하지만 민호수는 이를 거부한다. 그리고 어느 날 빵 셔틀을 하는 태랑의 집에 가게 된 민호수는 사람은 "겉으로 보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는 태랑의 말에 어떤 위안을 받는다. 어느날 효안의 어머니가 전해준 유품에서 민호수는 효안이 남긴 음성메시지를 듣게 된다.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친구들을 기억하고 걱정하는 효안의 목소리를.

이 에피소드는 단지 자극적인 신상털기와 인터넷 공개를 다루는 것 같지만, 그 속에 청소년들이 겪는 소통의 문제를 담고 있다. 즉 민호수가 겪는 소통 단절의 고통을 풀어주는 것은 결국 친구들이다. 그것도 이미 저 세상으로 가버린 친구가 남긴 마지막 말이 호수의 마음 속에 있던 응어리를 풀어준다. 누군가 아무런 가책 없이 마구 써 갈긴 비방과 죽은 친구가 남긴 진심어린 말 한 마디는 이렇게 병치되면서(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과거 '호랑이 선생님'이나 '사랑이 꽃피는 나무' 같은 드라마는 자신들의 세상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작금의 현실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글피쉬2'가 그려내는 세계는 적어도 이 현실에 정직하다. 청소년드라마는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 마치 청소년들을 계도라도 하겠다는 듯이 만들어 어른들끼리 공감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안타깝지만 지금 건전한 청소년 드라마라는 말은 그다지 건전해보이지 않는다. 그런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