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당신의 별자리가 건네는 이야기 본문

옛글들/스토리스토리

당신의 별자리가 건네는 이야기

D.H.Jung 2011. 1. 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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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포 외할머니댁을 찾아가는 길은 늘 낯설고 두려웠다. 버스가 당도하는 시각은 늘 어둠이 내린 한밤중이었고, 외할머니댁으로 가는 나룻배를 타려면 빛 한 자락 찾기 힘든 캄캄한 길을 걸어야 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괴물의 아가리처럼 입을 벌리고 당장이라도 나를 삼킬 것 같았다. 그때 문득 올려다본 하늘 위에 펼쳐진 별들의 향연. 어머니는 거기 떠 있는 별들을 손으로 가리켜 이리 잇고 저리 이으면서 별자리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오리온... 그 별들은 지금도 저 하늘에서 빛나고 있을까.

물론 그 별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지만, 이제 도시의 빛에 멀어버린 눈은 그 별을 바라보지 못한다. 별들은 분명 지금도 이야기를 건네고 있지만 도시의 소음에 먹어버린 귀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어머니가 조곤조곤 들려주시던 하늘의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둠 속에 갇혀 두려워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꿈으로 채워주곤 했다. 그 때 알았다. 이야기는 바로 꿈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

별자리는 그저 이야기일 뿐이다. 하늘의 별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별들은 그저 그렇게 흩어져 있는 것일 뿐, 아무런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어머니처럼 그 별을 보고 이야기를 생각하는 사람뿐이다. 아무 의미 없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해 어떤 이야기를 만드는 것. 이것은 사람만이 가진 능력이다. 아주 오래 전, 하늘의 별빛조차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그 두려움의 하늘을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르는 하늘로 변모시킨 이야기꾼은 사실 세상을 바꾼 것이다. 그 이야기는 아무 의미 없이 죽어버리고 사라져버리는 덧없는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바꾸었을 테니까. 그로써 사람들은 비로소 꿈이라는 것을 꿀 수 있었을 테니까. 이야기는 실로 꿈의 다른 말이다.

별자리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우리들이야말로 저 하늘의 별처럼 그저 흩어져 무엇이 될 지도 모르고 숨 쉬고 있는 존재들이 아닌가. 그런 존재들이 어떻게 삶의 목표를 만들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 우리는 인생이라는 커다란 빈 도화지를 하나씩 받았고, 그 위에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이야기들을 써나갔던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의 별자리 이야기다. 당신 스스로 꿈꾸었던 인생이 이야기처럼 그 속에는 들어 있었고, 그 이야기가 일러주는 대로 당신은 부지불식간에 빛 한 줄기 없어 어디가 앞인지 어디가 뒤인지조차 알 수 없는 그 암흑의 길 위를 한 발작씩 걸어왔다. 두려움조차 없이. 어떻게? 이야기가 당신의 손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삶이 힘겨워질 때, 고개 숙인 당신이 해야 할 것은 바로 그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는 일이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그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도시의 불빛에 멀어버린 눈을, 도시의 소음에 먹어버린 귀를 찾기 위해 한참을 달려 인적 드문 어딘가로 떠나도 좋을 것이다. 그 곳에 서서 어린 시절부터 늘 거기서 이야기의 빛을 쏟아내던 그 별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것. 그 상상의 힘을 복원하는 것. 새해가 새로운 꿈으로 가득할 수 있도록.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