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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주상욱과 김수현, 아이돌과 연기를 한다는 것

D.H.Jung 2011. 1. 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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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목장'의 주상욱, '드림하이'의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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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목장'(사진출처:SBS)

'파라다이스 목장'의 주상욱. 그리고 '드림하이'의 김수현.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물론 연기자들이라는 점이다. 드라마 속에 연기자야 당연한 것 아닌가 하겠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이른바 연기돌로 불리는 가수들이 드라마 곳곳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수가 한 명쯤 안 나오는 드라마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된 것은 점점 퓨전화되어가는 프로그램의 경향 때문이다. 드라마와 예능이 만나고 예능과 다큐가 만나는 시대다. 그러니 현빈이 노래를 불러 음원차트 1위에 올리는 일이나, '드림하이'처럼 아이돌 가수들이 무더기로 출연해 연기를 하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을 채우고 있는 건 더 이상 개그맨들이 아니다.

가수들이 드라마나 예능까지 장악해 들어오는 건 음반 산업의 지각변동으로 생존을 위한 것이면서, 또 한 편으로 보면 노래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가수들이 노래를 하면 그 프로그램은 어떤 감성까지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게다가 노래라는 요소 자체가 즐거운 속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드라마 속에 가수들이 들어오면 어떤 신선함을 더하기도 한다. 물론 합당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이지만, 만일 그 연기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래서 황인뢰 감독 같은 경우, 오히려 이미 어느 정도 이미지가 고착된 배우보다는 백지상태의 가수들이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게다가 OST 역시 빼놓을 수 없다. OST는 드라마와 가수들 양자가 모두 이득이 되는 접점이 되기도 한다.

과거처럼 가수가 등장하면 늘 따라붙는 연기력 논란도 줄어들었다. 여전히 어색한 연기가 나오지만, 이제 하도 많이 가수들이 연기를 하는 통에 대충은 접어주는 분위기다. 배우들은 조금만 연기가 어색해도 "연기자가 저 정도밖에 못해"하고 질책하는 반면, 가수들은 "가수치곤 잘 한다"고 봐주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실제로 '드림하이'의 택연 같은 가수는 갈수록 연기 몰입도가 좋아지고 있다. '파라다이스 목장'의 최강창민 역시 가수의 첫 연기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런 작품 속에 들어있는 배우들은 어떨까. '드림하이'의 김수현은 자칫 들뜰 수 있는 드라마에 어떤 무게중심을 더하는 배우다. 배우로서 어떤 안정감을 제공해야하는 그로서는 책임감마저 느낄 법하다. 게다가 '드림하이'라는 작품은 거꾸로 노래를 가수처럼 소화해내야 한다. 즉 이 드라마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김수현 같은 배우에게는 오히려 더 어려운 드라마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김수현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고 있다.

새로 시작한 '파라다이스 목장'에서도 역시 드라마에 안정적인 느낌을 만들어주는 배우는 주상욱이다. '자이언트'의 절절함에서 이제는 어딘지 신사다움과 유쾌함이 묻어난 연기로 이연희와의 로맨스를 엮어나간다. 또한 이연희도 그간 하는 작품마다 쏟아진 연기력 논란에서 확실히 벗어난 모습이다. 주상욱과 이연희가 어느 정도 만들어내는 안정감 위에서 최강창민의 풋풋함이 힘을 발휘한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가수들의 연기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배우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가고 있다. 어쩌면 제2의 한류가 가수들을 더더욱 한류의 전면에 끌어올리게 되면 이런 경향은 더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럴수록 김수현이나 주상욱 같은 배우들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드라마 같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콘텐츠의 뼈대 역할을 하고 있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