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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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의 성취와 남은 숙제

D.H.Jung 2011. 3. 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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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가수의 진심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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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이소라, 정엽, 백지영, 김범수, 윤도현, 박정현 그리고 김건모. 오롯이 이렇게 7명의 가수들을 TV에서 그것도 한 무대에서 만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MBC '우리들의 일밤'에서 새롭게 시작한 '나는 가수다'에 대한 우려는 오랜만에 TV 무대에 선 이소라가 '바람이 분다'를 열창하면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서바이버 형식으로 기성가수들을 서열화한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있었지만, 우려와 달리 '나는 가수다'가 보여준 무대는 제목처럼 가수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일일이 인터뷰를 통해 "가수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저마다 갖고 있는 그 생각대로 무대를 펼쳐나갔다.

서바이버라는 형식은 이제 무대가 익숙해져 관성화된 프로 가수들에게 오히려 긴장감과 설렘을 부여했다. 마치 첫무대에 선 것처럼 그들은 한 음, 한 구절에 정성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그 진정성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졌고, 프로그램의 카메라는 그 장면들을 포착했다.

카메라는 그 라이브로 전해진 생생한 감동과, 가수라는 존재에 대한 의미부여를 어떻게든 영상으로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노래 중간 중간에 인터뷰를 끼워 넣었는데 대중들의 노래에 대한 갈증은 오히려 그 편집 자체를 불편하게 느낄 정도였다. 노래만으로도 충분했다는 얘기다. 첫 방에 대한 부담감이 과도한 편집을 낳았던 셈이다.

관객들의 투표로 이루어지는 서바이버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보면 이것은 세대별로 나뉘어진 관객들의 호불호가 투표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서베이 형식을 닮아있다. 어떤 가수가 어떤 세대에 더 호감을 주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서바이버 형식이 갖는 서열화의 느낌은 이 같은 서베이 형식들을 다양하게 부가함으로써 다양한 취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이것은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해야 할 숙제처럼 보인다.

사실 이처럼 가창력이 월등한 가수들이 프라임타임대의 TV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만큼 대형기획사 중심의 아이돌과 비주얼에 편중된 음악 프로그램들의 획일성을 말해주는 이 비극적인 상황은,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가 된다. 이 프로그램은 가수의 본질이 자꾸만 잊혀지고 있는 현 세태에, '가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답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전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조금 시간을 갖고 남은 숙제와 해나가야 할 과제들을 풀어나간다면 분명 보상은 있을 것이다. 이런 예측을 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서바이버라는 조금은 당혹스런 형식에도 불구하고 선뜻 출연에 응한 가수들의 진정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바이버 형식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대중들의 원하는 방식'임으로, 그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최고의 무대가 자신들의 노래실력을 자랑하는 무대가 아니라, 대중들을 위해 당혹스러움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서는 무대라는 진심을 담을 때, 대중들은 반응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이 프로그램이 가요계의 변해가는 제반 상황들 속에서 희석되어가고 있는 가수의 진심을 담아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