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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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합창단 말고도 할 것은 많다

D.H.Jung 2011. 4. 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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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오디션 의식 말고 갈 길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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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지난해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이 남긴 여운은 여전하다.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화음을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 우리를 감동시켰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박칼린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견했다.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합창단원들을 한 목소리로 이끌어내는 박칼린의 힘은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대중들을 매료시켰다.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하면서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은 신드롬을 만들었다.

사실 일이 커진 것이다. 신원호 PD는 하모니편이 이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힌바 있다. 좋은 기획이었지만 하모니편의 대성공은 '남자의 자격'이 그간 걸어왔던 형식들을 생각해보면 이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모니편은 최근 예능에서 주목받고 있는 오디션 형식을 활용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음악이 주는 감동을 그 밑바탕에 깔고 있었다.

이러니 사회적인 신드롬까지 만들었던 하모니편에 대한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신원호 PD의 미련이 아니라, 나아가 KBS의 미련이다. 시즌2 이야기는 설혹 신원호 PD가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방송사의 욕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하모니 시즌2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박칼린을 다시 섭외하려 했지만 무산됐고, 결국 신원호 PD는 하모니 시즌2는 시즌1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왜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하모니 시즌2에 대한 이야기들이 지금 나오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작금의 달라져가고 있는 일요일 저녁 예능의 흐름 때문이 아닐까. MBC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몰고 온 파장은 컸다. 실제로 시청률도 상당 부분 끌어올린 이 프로그램은 이른바 오디션 형식에 대한 대중들의 주목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이른바 김건모 재도전 논란으로 한 달 간의 정비를 하게 된 상황이지만, 이 여파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전망이다. 같은 시간대에 '나는 가수다'와 경쟁해야 하는 '남자의 자격'으로서는 의식될 수밖에 없다.

최근 '남자의 자격'은 '라면의 달인'이라는 소재로 일종의 오디션 형식을 선보였다. 이경규가 꼬꼬면으로 2등을 하는 등, 화제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그 바탕을 들여다보면 이 소재 역시 오디션 형식에 대한 '남자의 자격'의 의식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남자의 자격'이라는 콘셉트와 '라면 끓이는 법'이 무슨 큰 상관이 있는 것으로 보기가 어렵다. 물론 제목은 '남자와 아이디어'로 붙였지만, 핵심은 라면 끓이는 법이다. 어찌 보면 라면 끓이기 대회라는 아이디어를 '남자의 자격'과 억지로 붙여놓은 느낌마저 든다.

실제로 이 소재에서 일찍이 탈락한 김국진이나 이정진 같은 MC들은 애초에 배제되어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만일 이경규나 이윤석마저 초기에 탈락했다면 프로그램은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남자의 자격'이라는 틀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저 라면 끓이기 콘테스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되지 않았을까.

오디션 형식이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리얼 버라이어티쇼 형식이 지고 있는 건 아니다. 이 형식 속에서 지금껏 단행되지 않았던 아이디어들을 새롭게 끌어모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남자의 자격'이라면 거기에 맞는 소재를 유지해야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스토리의 일관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디션 형식에 대한 것들이 의식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제 갈 길을 가야 한다. 합창단에 자꾸만 눈을 돌리는 것이나, 오디션 형식 자체를 자꾸 의식할 필요가 없다. 합창단 말고도 오디션 말고도 '남자의 자격'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