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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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 갈수록 맥 빠지는 이상한 오디션

D.H.Jung 2011. 5. 1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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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투표로 흐르면서 사라진 각본 없는 드라마

'위대한 탄생'

'위대한 탄생'의 톱3가 결정됐다. 김태원 3인방 중 미라클맨 손진영이 탈락했고, 이태권, 백청강, 쉐인이 살아남았다. 많은 이들은 이 결과에 대해 그다지 놀라거나 화제에 올리지 않는다. 당연하고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는 눈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톱3가 결정된 것 치고는 그 반응이 너무 미지근하다. 작년 '슈퍼스타K2'에서 톱3로 장재인과 존박, 허각이 남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본래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특성상 뒤로 갈수록 긴장감도 높아지고 화제도 커지기 마련이다. 시청률도 당연히 상승곡선을 그린다. 그런데 '위대한 탄생'은 어딘지 생기를 잃은 모습이다. 누가 합격하고 누가 탈락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이 떨어진 상태다. 그러니 시청률도 오를 수가 없다. '위대한 탄생'의 시청률은 지난주 21.3%(agb닐슨)에서 오히려 1% 정도 하락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일까.

가장 큰 것은 결과가 이미 예상된다는 데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긴장감을 갖게 되는 것은 아무리 기량을 갖고 있어도 당일 무대에서 실수를 하거나 제 실력을 못 보여주게 되면 떨어질 수 있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은 당일의 무대는 그다지 당락과는 상관없는 오디션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위대한 탄생'은 당일의 오디션에 대한 투표라기보다는 인기투표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기투표 역시 대중들의 선택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어떻게 하더라도 그 날의 무대와는 상관없이 팬들의 인기투표로 결정된다면 오디션은 하나마나한 것이 되어버린다. '위대한 탄생'이 맥 빠지는 오디션이 된 이유는 바로 이 하나마나한 오디션이 되면서 무대의 긴장감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무대에 서는 경쟁자들 역시 점점 도전적인 무대보다는 안정적인 무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오디션은 더 무기력해진다.

인기투표로 당락이 결정되는 이 시스템의 더 큰 문제는 심사위원의 권위가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긴장감은 당락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심사위원의 냉정한 심사에도 있다. 심사위원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에 대해 경쟁자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오디션 프로그램은 재미를 갖게 된다. 즉 혹평을 받았을 때 거의 울 듯한 얼굴을 보여주고, 또 호평을 받았을 때 그 평이 세간에 화제가 되는 것은 사실상 심사위원의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위대한 탄생'에서는 이은미와 방시혁이 백청강의 무대에 제 아무리 혹평을 하고 낮은 점수를 줘도 긴장감은 생겨나지 않는다. 이유는? 심사위원이 아무리 그렇게 해도 결국 인기투표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심사위원의 심사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도 못하고 의미도 별로 없다. 왜 심사위원이 필요한가, 하는 볼멘 네티즌들의 이야기는 그만큼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오히려 심사를 하지 않고 매번 '감동'과 '아름다움'을 상찬하는 김태원이 당락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이런 심사위원이 불필요해진 '위대한 탄생'이라는 이상한 오디션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톱3가 결정되었지만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다음 회에는 누가 떨어질 것이고 최종 우승자는 누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이런 예측은 대체로 맞아떨어져가고 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 양상이 벌어진다면 '위대한 탄생'이라는 오디션은 각본 없는 드라마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정해진 대로 굴러가는 반전 없는 드라마로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과연 '위대한 탄생'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