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승승장구', 이름값한 이유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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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이름값한 이유 있다

D.H.Jung 2011. 7. 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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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가 승승장구하는 이유

'승승장구'(사진출처:KBS)

'승승장구'는 '강심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쟁구도를 갖고 있다. 초반 '강심장'은 강했다. 강호동과 이승기가 MC로 자리하고 있었고, 집단 토크쇼 형식으로 게스트들도 아이돌에서부터 중견 연예인들까지 다양했으며, 다루는 소재도 토크에서부터 개인기, 퍼포먼스까지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했다.

여기에 비해 '승승장구'는 소소하기 이를 데 없었다. MC들도 그다지 주목할 만한 인물들이 아니었고, 1인 토크쇼로서의 게스트 역시 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토크쇼의 형식도 그렇게 화려한 것은 없었다. 어찌 보면 버라이어티한 '승승장구'와는 정반대로 가기로 작정한 듯한 차분함이 이 토크쇼에는 있었다.

그래서 '승승장구'의 시청률 역시 소소할 수밖에 없었다. 평균적인 시청률이 10% 내외. 한때 20%를 넘기기도 했던 '강심장'과는 비교과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강심장'의 시청률이 점차 빠지기 시작했고, 반면 '승승장구'는 큰 폭의 시청률 상승은 없었지만 그래도 늘 어느 정도 수준의 시청률을 유지하게 되었다. 상황에 따라 진폭이 큰 '강심장'의 시청률에 비해 '승승장구'의 시청률이 높진 않아도 고른 이유는 고정 시청층들을 겨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승승장구'의 말 그대로의 승승장구가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니다. 먼저 '승승장구'에는 '강심장'에는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그 첫 번째는 방청객이다. 물론 '강심장'도 방청객이 있지만, '승승장구'처럼 프로그램 속으로 적극적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승승장구'는 오프닝을 방청객 중 한 명이 열고, 중간중간에 게스트의 웃기고 울리는 이야기에 방청객의 반응이 리액션으로 따라붙는다.

무대와 방청객 사이의 간격도 굉장히 좁아서 마치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것은 '승승장구'만의 '사랑방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김정태의 몰래 온 손님으로 지성이 나온다고 하자, 방청객 중 한 사람이 "미쳤어. 얘는."하고 얘기한 것을 바로 이수근이 듣고 들려줄 정도로 그 간격은 좁고 그 리액션의 상호반응도 대단히 민감하다. 그만큼 관객과 함께 움직이는 인상을 주는 이 토크쇼는 마지막 장면에 모두 무대에 올라 찍는 사진처럼 화기애애하다.

또 한 가지 '승승장구'에만 있는 것이 이른바 '몰래 온 손님'으로 엮어지는 '절친'들의 이야기다. 이 부분은 현재 토크쇼들의 전쟁 속에서 '승승장구'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차별점이다. 게스트 혼자 나와서 자신의 삶 전체를 얘기하는 1인 토크쇼도 있고, 집단으로 나와서 하나씩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도 있으며, 카테고리별로 나와서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토크쇼도 있지만, 절친이 나와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토크쇼는 별로 없다.

안내상이 28년 지기 우현과의 우정을 이야기 하고, 김대희와 김준호가 콤비를 얘기할 때 고춧가루처럼 박성호까 끼어 재미를 주며, 얼굴 없는 가수 김범수가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준 보컬 트레이터 박선주와 음악으로 서로를 들려주고, 김정태의 따뜻한 면모를 지성이 얘기할 때 '승승장구'는 그 훈훈함을 더한다.

물론 '승승장구'는 그 토크쇼의 형식상 대단히 높은 시청률을 가져오는 프로그램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승승장구'는 평일 밤 시간대에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토크쇼로 자리매김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승승장구'의 승승장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