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키앤크'와 '탑밴드', 편성만 달랐다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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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앤크'와 '탑밴드', 편성만 달랐다면....

D.H.Jung 2011. 8. 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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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이 아쉬운 오디션 프로그램, '키앤크'와 '톱밴드'

'톱밴드'(사진출처:KBS)

왜 하필 그 시간대였을까.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가 일요일 저녁이 아니라 금요일 밤이었다면 어땠을까. '탑밴드'가 토요일 밤 주말 드라마들의 격전장을 피했다면? 더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았을까. 프로그램이 이룬 성취에 비해 이들 프로그램의 노출은 너무 약하게 느껴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가 편성된 시간은 이미 고정시청층을 확보하고 있어 주말 예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해피선데이'가 있는 시간이고, 새롭게 대항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나는 가수다'가 포진한 시간대다. 제 아무리 뛰어난 프로그램을 붙인다고 해도 장벽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시간대다. 즉 이 시간대에 '키스 앤 크라이'가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또한 '탑밴드' 역시 주말 드라마와 경쟁해야 하는 시간대다. '탑밴드'가 시작하던 시점에는 MBC '내 마음이 들리니'가 자리하고 있었고, 이 드라마가 종영한 후 SBS '여인의 향기'가 그 시간대의 강자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이 시간대는 방송사들 간의 주말 드라마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터라, 예능 프로그램은 경쟁 자체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생긴다. 시청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빈약하지만, '키스 앤 크라이'나 '탑밴드'는 시청률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다. '키스 앤 크라이'는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도된 적 없는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매번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달인 김병만은 물론이고, 피겨 스케이팅의 아름다운 선을 가장 잘 드러내는 크리스탈, 갈수록 의외의 매력을 보여주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이규혁 등등. 이전에는 피겨 스케이트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출연진들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경연은 이 프로그램의 백미다.

한편 '탑밴드'는 그간 방송이 외면해온 밴드들을 재조명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입증되는 프로그램이다. 오디션에 참가한 인디밴드들은 물론이고 직장인밴드 같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아마추어 밴드들이 벌이는 한바탕 음악의 향연은 경쟁마저 잊게 만드는 밴드음악만의 묘미를 전해준다. 여기에 그간 볼 수 없었던 신대철, 김도균 같은 록의 전설들이 심사위원과 멘토로 등장한다는 점도 특별함을 더한다. 특히 프로들도 감탄하게 만드는 참가 밴드들의 놀라운 실력은 그간 이들을 외면해온 방송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무엇보다 '키스 앤 크라이'와 '톱밴드'의 편성을 아쉽게 만드는 것은 이 두 프로그램이 모두 그간 주목되지 못했던 분야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김연아라는 세계적인 스타를 통해 피겨 스케이팅의 묘미는 알려졌지만, 그 스포츠가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그 세세한 기술들이 어떤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현재 밴드 문화가 인디 레이블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지만,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으면서 여전히 일반 대중들에게 낯선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보면 이 프로그램이 좀 더 많은 대중들에게 노출되고 그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키스 앤 크라이'나 '탑밴드'의 시즌2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지속적인 관심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이야말로 시즌2가 더 절실하다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반드시 시즌2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고, 그 시즌2는 좀 더 많은 대중들이 접할 수 있는 편성 시간대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때론 방송은 시청률을 넘어서 그 소재를 조명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갖는 경우가 있다. '키스 앤 크라이'나 '탑밴드'가 바로 그런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