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라디오스타', 너무 짧게 느껴지는 이유 본문

옛글들/명랑TV

'라디오스타', 너무 짧게 느껴지는 이유

D.H.Jung 2011. 9. 16. 10:44
728x90

'라디오스타', 황금어장의 메인이 될 수 있을까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훈련병, 예비역 그리고 수지'라는 부제가 달린 '라디오스타'는 오프닝과 함께 이제 곧 입대하게 될 김희철을 토크의 상 위에 올려놓았다. 김국진부터 윤종신, 김구라가 김희철을 상대로 한 마디씩 빵빵 터트린다. "이별도 쿨하게- 고품격 약 올리기 방송"이라고 외치는 김국진의 멘트는 '라디오스타'라는 독특한 토크쇼의 색깔을 분명하게 해준다. 즐거움을 위해서는 떠나는 MC조차 소재가 되는 곳. 바로 '라디오스타'다.

기막힌 것은 이제 훈련병이 될 김희철을 염두에 두고 이제 갓 제대해 예비역이 된 붐과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최자, 그리고 모든 장병들의 로망일 미스에이의 수지가 함께 자리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본격적으로 군대 얘기를 뽑아보겠다는 심산이다. 게다가 붐은 이제 '붐느님'으로 불릴 정도로 예능계의 블루칩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역시 붐을 중심으로 군대 이야기가 이어지고 여기에 개코와 최자가 적절한 포인트마다 재연을 해줌으로써 쉴 새 없는 웃음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진다.

'라디오스타'의 편집은 말 그대로 현란하다. 이 프로그램이 너무나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릎팍도사'에 가려 실제로 짧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라디오스타'만의 독특한 편집스타일 덕분이다. 네 명의 MC가 순서와 상관없이 연속으로 이야기를 쏟아내고 영상은 짧게 끊어서 그 이야기하는 인물을 포착한다.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이 빠른 편집은 보는 이에게 속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팽팽 돌아가면서 집중할 부분은 CG처리 등으로 과장해주고, 그러다가 마치 과녁에 적중이라도 한 것처럼 웃음이 터질 때면 잠시 그 리액션을 잡아주는 식이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이야기나 반응들은 짧게 짧게 자막으로 처리된다. 너무 많은 자막들과 CG처리를 보다보면 이 토크쇼가 마치 만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속에서 MC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부여된 대로 역할을 해낸다. 김구라가 강하게 물어뜯을(?) 때, 김국진은 부드럽게 분위기를 바꿔주고, 김희철이 들이댈 때 윤종신은 간결한 톤으로 깐족대는 식이다. '라디오스타'의 MC들은 다른 토크쇼와는 달리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캐릭터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즐거움을 위해서 게스트를 톡톡 치는 식의 토크를 이어간다. 이것은 '라디오스타'만의 쿨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라디오스타'는 실로 첫 시작을 보고나면 끝까지 몰입이 끊기지 않고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속사포의 토크들과 빠른 편집, 쉴 새 없이 붙여지는 자막과 CG처리가 현란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 프로그램의 분량이 짧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만일 한 시간 짜리 방송이라면 이런 속도로 계속 흐르는 것이 보통의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분량 속에서 이런 속도감은 경쾌한 느낌을 준다. '무릎팍도사'가 중거리 달리기에 해당한다면 '라디오스타'는 단거리 달리기인 셈이다.

강호동의 잠정은퇴 선언으로 '황금어장'은 변화를 모색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무릎팍도사'는 사실상 강호동 이외에 대체불가능이다. 강호동이라는 캐릭터를 '무릎팍도사'로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된 상황에서 '라디오스타'가 '황금어장'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만일 '무릎팍도사'의 공백을 '라디오스타'가 잠정적으로라도(새 코너가 런칭되기까지) 채운다면 과연 이런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토크에 집중한 것에서 음악으로 여유를 덧붙이면 속도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가져갈 수도 있다. '라디오스타'는 과연 '황금어장'의 대표주자로 나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