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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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굳이 종영할 필요 있을까

D.H.Jung 2011. 10. 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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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의 6개월 후 종영, 의미 있나

'1박2일'(사진출처:KBS)

강호동 없는 '1박2일'은 안 된다? 분명 한 달 전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대체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1박2일' 5일장 특집은 강호동 없이 5인 체제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단지 19.8%(agb닐슨)를 기록한 시청률 상승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멤버들은 물론 중요하지만, '1박2일'이라는 소재와 형식이 갖는 가치 또한 작지 않다는 것을 '5일장 특집'은 보여주었다.

'5일장 특집'에서 그 첫 회는 확실히 강호동의 빈 자리가 커보였다. 무언가 구심점이 사라진 듯한 느낌은 남은 다섯 명의 이야기를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흩어지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즉 전국의 5일장을 찾아가는 것은 '1박2일'의 기획적인 포인트지만, 거기서 하나의 웃음을 뽑아내는 것은 멤버들과 제작진이 그 과정 속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때론 대결구도를 만들고 때론 의심과 추격의 반전 스토리를 만드는, 그 역할의 구심점으로서 강호동이 없다는 것은 어딘지 프로그램을 밋밋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두 번째 회에서 이어진 '1박2일'만의 강점인 복불복 게임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엄태웅은 '1분 토론'을 통해 특정 상황만 제대로 제시된다면 훌륭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김종민은 그 어딘지 모자란 듯 버벅대는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을 주었고, 은지원과 이수근은 강호동의 부재를 채워줄 만큼 재기발랄한 예능감을 선보였다. 여기에 이승기의 (어쩌면 강호동을 통해 배웠으리라 생각되는) 안정감 있는 진행 습관은 자칫 마구 흘러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안착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사실 '1박2일'의 핵심은 '6시 내 고향' 같은 여행지로서의 지역 자체가 주는 매력과 거기서 돌발적으로 만나게 되는 보통 사람들과의 이야기, 제철에 나온 음식들이 주는 즐거움이 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여기에만 머물러서는 말 그대로 '6시 내 고향'이 되고 만다.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자극제로서의 복불복 시스템이다. 이 복불복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면 게임이 주는 재미와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멤버들의 캐릭터도 구축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5일장 특집은 이 양면(여행지의 매력+복불복 시스템)의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즈음에서 생각해봐야할 것이 있다. 이런 충분한 형식으로서의 가능성을 갖춘 프로그램을 왜 굳이 6개월 후 종영으로 끝내야 할까 하는 점이다. '1박2일'이 6개월 후 종영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데는 물론 다른 멤버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지만, 무엇보다 강호동의 탈퇴 선언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강호동이 빠진 '1박2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이다. 하지만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1박2일'이라는 소재와 형식의 틀이 여전히 견고하고 효용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호동 없는 5인 체제는 어쩌면 좀 더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의 기점이 될 수도 있다. 또 대중들은 여전히 '1박2일'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고무적인 상황에 굳이 6개월 후 종영이라는 선택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이 기간을 재정비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선택이 아닐까. '1박2일'의 새로운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