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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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2'의 통편집, 예의도 효과도 없다

D.H.Jung 2011. 10. 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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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2', 통편집이 가진 문제

'위대한 탄생'(사진출처:MBC)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의 지원자 수는 정확하게 몇 명인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오디션장에 몰려든 인파들을 원경에서 찍어 보여준 것으로 그 규모를 가늠할 뿐이다.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는 1차 오디션이 통편집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어느 정도 걸러진 인물들을 2차 오디션부터 보여주는 것이 훨씬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은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미 2차 오디션으로 걸러져 이제 137개 팀으로 좁혀진 위대한 캠프에서 여전히 통편집이 등장하는 건 왜일까. 2차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의 말끝을 잘라서 오히려 주목받은 김태극이나 회계사 출신으로 일찌감치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배수정 같은 인물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 받은 반면 같은 무대에 선 몇몇 지원자는 거의 얼굴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편집은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

'슈퍼스타K3'와 비교해보면 이러한 통편집은 '위대한 탄생2'의 특징처럼 읽힌다. '슈퍼스타K3'가 무모할 정도로 많은 지원자들을 빠른 편집을 통해 짧게 짧게라도 보여줬던 반면, '위대한 탄생2'는 지원자들 중 될 성부른 이들만 쏙쏙 뽑아 편집해 보여주고 있다. '슈퍼스타K3'의 많은 지원자들의 빠른 편집분은 분명 시청자들의 눈을 피곤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또 '위대한 탄생2'의 통편집은 시청자들을 보다 쉽게 몇몇 지원자들에게 집중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편집은 '다양성'의 차원으로 보면 잘못된 선택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좀 더 다채로운 인물들의 경연이지, 잘 하는 몇몇 사람들만 쏙쏙 빼서 보여주는 경연은 아닐 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집중이 시청률을 높이는 데는 좋다. 그만큼 정돈된 스토리의 일관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깔끔하게 잘려진 영상은 그렇게 소외되어 버린 지원자들에게는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위대한 캠프'처럼 집단으로 나와 한 명씩 경연을 보여주고 거기서 당락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이러한 통편집은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잘못된 선택이기도 하다. 즉 당락 결정에 앞서서 심사위원들은 합격과 불합격이 될 지원자들을 따로 분류하는데, 누가 봐도 통편집된 지원자가 서는 쪽이 불합격이라는 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심사위원들의 심사 방식이 어떤 긴장감을 유발하려는 노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편집에 의해 그 긴장감이 깨져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통편집이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부여하는 뉘앙스다. 이것은 어딘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물론 오디션 과정이나 심사 과정은 공정하겠지만, 방송이 오디션 참가자들을 비추는 방식이 승자 독식의 게임처럼 보여주는 건 불공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바라는 것에 전면으로 위배되는 것일 수 있다. 대중들은 오디션을 통해 그것이 판타지라도 희망이 보고 싶은 것이지, 불공정한 현실을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