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김병만과 임재범, 연예인도 리얼리티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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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만과 임재범, 연예인도 리얼리티쇼?

D.H.Jung 2011. 10. 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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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과 '바람에 실려', 이 예능이 보여주는 것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본래 리얼리티쇼는 일반인들이 출연해 그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사생활 노출에 대해 갖는 우리 대중들의 정서는 예민한 편이다. 따라서 서구에서 한창 리얼리티쇼가 붐을 이룰 때조차 우리네 방송은 쉽게 그것을 시도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안처럼 등장한 것이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다. 일반인을 연예인으로 대체했고, 연예인의 사적이 부분들이 노출되지만 거기에 캐릭터쇼라는 안전한 가면을 씌웠다. '무한도전'이 성공한 것은 이 서구적인 리얼리티쇼의 형식을 우리네 정서에 맞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코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대중정서가 변한 것일까.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익숙해진 대중들이 이제는 좀 더 강한 리얼리티를 원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최근 들어 리얼리티쇼가 심심찮게 방송을 타고 있다. '짝'이나 종영한 '도전자'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 리얼리티쇼들에 대해서 대중들의 시선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적응되어 있던 대중들이 리얼리티쇼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리얼리티쇼와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보여주는 것도 다르고 보여주는 방식도 다르다. 즉 리얼리티쇼는 실제로 벌어진 상황 그대로를 보여주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특정 가상 상황 속에서의 반응을 보여준다. 리얼리티쇼가 조금은 어두운 현실의 이면까지 적나라하게 끄집어낸다면,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상황극이라는 설정 속에서 하나의 우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현실 자체보다는 판타지에 가깝다. '무한도전'이 그 안에 아무리 적나라한 얘기들을 꺼내도 그것은 결국 '도전'이라는 판타지로 귀결되는 안전함이 있다. 하지만 '짝' 같은 프로그램은 '결국 짝을 결정하는 건 스펙'이라는 식의 현실 그대로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건 최근 이 리얼리티쇼가 일반인만이 아닌 연예인으로까지 넓혀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임재범의 '바람에 실려'와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다. 물론 이 두 프로그램은 리얼리티의 강도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바람에 실려'는 그래도 예능의 틀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반면, '정글의 법칙'은 심지어 다큐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리얼리티에 더 천착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 두 프로그램에서 임재범과 김병만은 우리가 음악 프로그램이나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봐왔던 모습과는 다른 실제의 모습을 포착해낸다는 점에서 리얼리티쇼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바람에 실려'에서 미국에 도착한 임재범이 즉석 공연 도중 음이탈을 한 후 갑자기 잠적해버리는 상황은 연출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상황으로 임재범이라는 가수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기존의 규범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진짜 '바람' 같은 성정이 보여졌고, 이것 때문에 당황해하고 화를 내는 다른 멤버들의 모습도 그대로 보여졌다. 하지만 그래도 예능의 유지하기 위해 임재범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연출해 넣은 것은 이 프로그램이 완전한 리얼리티쇼라기보다는 하나의 예능임을 고집한다는 뜻이다.

임재범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지점에서 어쨌든 이 프로그램은 확실히 리얼 버라이어티쇼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대중들의 이 실제 모습으로서의 임재범에 대한 호불호는 엇갈린다. 이것은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로도 이어진다. 당연한 일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이 리얼리티쇼 같은 부분이 불편했을 것이고, 리얼리티쇼를 기대했다면 어색한 예능적인 연출이 어딘지 맞지 않는다 여겨졌을 테니까.

새로 시작한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좀 더 리얼리티쇼에 가깝다. 김병만은 '달인'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가 아니라 김병만 자신의 얼굴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었다. 리키 김과의 팽팽한 갈등과 대립이 그대로 드러났고, 그 속에서 김병만이라는 인물이 가진 고집스러움도 동시에 보여졌다. 역시 대중들의 마음은 갈릴 수밖에 없다. 그 모습은 상황극이나 콩트 속에서 대중들이 친숙하게 봐왔던 그런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극도 강하고 물론 역으로 리얼리티가 주는 감동도 커질 수 있다. 이것이 리얼리티쇼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연예인 리얼리티쇼는 물론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효리가 출연했던 '오프 더 레코드' 같은 프로그램도 셀러브리티 다큐적 속성을 갖는 리얼리티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홍보적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과 지금 현재 방영되고 있는 '정글의 법칙' 같은 리얼리티쇼는 확연히 다르다. 한 때 신비화되기까지 했던 연예인들은 차츰 리얼리티의 시대를 맞아 지상으로 내려왔고 그 맨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 장점으로 부각된 캐릭터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이제 캐릭터가 아닌 진짜 얼굴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대중들은 그 진면목을 확인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여전히 판타지로서 연예인을 보고 싶어할까, 아니면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할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