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연예인 토크쇼 지겨워? '안녕'을 보라 본문

옛글들/명랑TV

연예인 토크쇼 지겨워? '안녕'을 보라

D.H.Jung 2011. 11. 2. 09:10
728x90


'안녕', 토크쇼도 이제 일반인 출연 트렌드?

'안녕하세요'(사진출처:KBS)

'안녕하세요'에는 '대국민 토크쇼'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어있다. 이 토크쇼는 물론 연예인들이 MC로 앉아있고, 연예인 게스트도 있지만 그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대국민 토크쇼'라는 수식에 걸맞게 이 토크쇼의 주인공은 일반인들이다. '전국고민자랑'이라는 코너는 특별한 사연들을 가진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토로하는 장이다. 연예인들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웃고 공감해주는 것으로 그들의 소임을 다한다.

일반인들이 주인공인 만큼, 그들에게 낯설 수 있는 스튜디오에는 그들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려는 배려가 묻어난다. 일단 일반인들이 보내준 고민에 대한 사연을 MC가 맛깔나게 읽어주고 나서 기대감을 갖게 한 후, 출연자는 마치 놀이터에 들어오는 것처럼 미끄럼틀을 타고 무대로 내려온다. 무대를 올라가는 부담감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방식으로 없애주려는 의도다. 객석들 아래로 놓여진 무대에 마치 사랑방처럼 좌식으로 앉아있는 것도 그 편안함을 유지하려는 프로그램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일반인들의 고민을 자랑(?)하는 마당을 깔아 놓은 이유는 그들이 갖고 오는 사연이 재미있는데다가 무궁무진한 다양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의 수발을 들어주느라 거의 노예처럼 산다는 남편, 아빠가 하도 어리광을 부려 마치 동생이 하나 있는 것 같다는 아들, 목소리가 특이해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람에서부터 특정 연예인을 너무 좋아해서 가정을 등한시한다는 사람까지, 별별 사연들이 다 올라온다.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이것이 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매특허의 히트코너인 시청자 사연 코너를 방송 버전으로 끄집어낸 것이라는 걸 알아차릴 것이다. 그 자리에 이런 방송에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컬투와 이영자가 앉아 있는 건 그런 이유다. 또한 여기에 특히 일반인 출연자들과의 밀고 당기는 토크가 장기인 신동엽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안녕하세요'가 '화성인' 같은 여타의 일반인 게스트 프로그램과 달리, 특유의 훈훈한 느낌을 주는 것은 역시 아날로그 느낌이 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청자 사연 코너를 정확히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토크쇼는 최근까지도 연예인들 혹은 유명인들만이 출연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것은 토크쇼만이 아니라 TV라는 공간 자체가 그랬다. 하지만 최근 이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일반인 출연자들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었다면, 최근 '안녕하세요'나 '화성인' 같은 토크쇼들은 이 경향이 토크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일반인이 출연했을 때 어떤 강점이 있는걸까.

물론 일반인은 연예인보다 그 주목도가 낮다. 따라서 프로그램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는 이상 높은 시청률을 끌어내기가 불리하다. 하지만 일단 프로그램 형식에 대한 호감도가 생기고 나면 오히려 연예인 게스트보다 유리한 점도 많다. 즉 연예인 게스트들의 홍보성 출연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그렇기 때문에 토크의 소재가 무한정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물론 '안녕하세요' 같은 일반인 게스트 토크쇼는 여전히 실험중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원하는 풍경은 분명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는 연예인과 일반인이 똑같은 눈높이로 앉아 고민을 얘기하고 공감한다. 이것은 어쩌면 영상과 방송이 일상화된 시대로 진입해가는 TV에게 대중들이 바라는 새로운 얼굴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