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커밍아웃 토크쇼 '안녕', 공감은 치유다 본문

옛글들/명랑TV

커밍아웃 토크쇼 '안녕', 공감은 치유다

D.H.Jung 2011. 11. 23. 09:28
728x90


'안녕', 자극적인 토크쇼들에게 묻다

'안녕하세요'(사진출처:KBS)

커밍아웃이 갖는 힘은 자신의 고민을 드러낸다는 그 행위에 있다. 이 행위 속에는 그 자체로 타인과의 공감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혼자 끙끙 앓던 고민이 드러나고 공감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고민이 아닌 것이 된다. 특별한 경우에는 그 고민은 그 사람만의 개성으로 장점으로 전화되기도 한다. 고 이주일씨가 첫 등장에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 추남의 고민이 그만의 고유한 캐릭터가 되어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었듯이.

'안녕하세요'는 커밍아웃을 전면에 내세운 토크쇼다. '전국노래자랑'을 패러디해 만든 '전국고민자랑'은 매회 전국의 갖가지 희귀한(?) 고민들의 발언대 역할을 한다. 키가 너무 크고, 털이 너무 많고, 발이 너무 큰, 그런 신체적인 고민은 물론이고 특이한 이름 때문에(예를 들면 람보나 고자 같은) 고민인 사람도 있고, 발명에 미친 남편 때문에 또 너무 부려 먹는 아내 때문에 고민인 남편도 있다. 이 프로를 보다보면 느끼게 된다. 세상은 넓고 참 고민도 많다는 것을.

'전국고민자랑'이라는 코너명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 커밍아웃 토크쇼는 그러나 고민을 서로 자랑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게 고민이에요? 내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녜요." 이런 뉘앙스가 이 토크쇼에서는 묻어난다. 그래서 고민에 대한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경험하게 된다. 자기가 가진 고민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강변하게 되는 것. 그래서 1등이 된다면 상금도 받게 된다. 물론 떨어진다면 그건 자기 고민은 고민도 아니라는 걸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에서 고민을 자랑(?)한 이들은 모두가 즐거울 밖에.

고민을 말하는 일반인들이 주인공인 토크쇼지만, 그것을 들어주는 MC들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애초에 '컬투쇼'의 TV버전을 생각했다는 이예지PD의 말처럼, 컬투 정찬우와 김태균은 관객들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즉석에서 뽑아내는 재주가 있는 MC들이다. 신동엽 역시 특유의 깐족 토크로 일반인들과의 밀당 토크가 주특기인 MC이고, 서슴없이 무너지고 망가질 줄 아는 이영자는 이 신동엽과 가장 잘 어울리는 MC다. 그러니 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는 귀로 존재하는 MC 군단들은 넉넉하게 출연자들의 고민을 때론 공감해주고 때론 시청자들과 함께 갖고 논다.

물론 일반인들을 주인공으로 모신다는 점은 그만큼 주목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타의 일반인 출연자 토크쇼가 그러하듯이 일반인들의 자극적인 면만을 끄집어내서 증폭시키는 그런 의도적인 연출은 하지 않는다. 즉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반인들을 소재로만 놓고 보면 그런 자극적인 연출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일반인들을 배려하고 진심으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은, 이 고민하는 이들이 가족과 함께 스튜디오에 출연하는 장면들에서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며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인 그들의 고민은 나와는 다른 별종들의 고민이 아닌 바로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처럼 전화된다.

물론 이런 일반인 소재에 진정성을 가진 연출로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진심이 묻어나는 토크쇼가 가진 즐거움과 그 즐거운 공감을 통한 치유의 힘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가끔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물론 전국에 있는 모든 이들(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에게 전하는 안부이면서, 동시에 작금의 어딘지 자극적으로 치닫는 토크쇼들에게 묻는 질문처럼 여겨진다. 과연 지금의 토크쇼들은 얼마나 안녕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