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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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5초 폭소의 동력 김구라

D.H.Jung 2011. 11. 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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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라디오스타'를 살리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사실 말이 쉬워 '빵빵 터진다'고 표현하지 실제로 빵빵 터지는 토크쇼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달라진 '라디오스타'는 '빵빵 터진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의 5초에 한 번씩 웃음 폭탄을 날리는 토크쇼. 무엇이 '라디오스타'의 이런 속도감 넘치는 웃음(?)을 가능하게 한 걸까.

'황금어장'에서 '라디오스타'는 늘 자투리 방송이었다. '무릎팍도사'에 의해 분량이 좌지우지되는. 그래서 이 토크쇼는 길어봐야 20분을 넘긴 적이 없고, 심지어 단 몇 분이 방영됐던 적도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아쉬워했지만, 바로 이 '짧다'는 것은 '라디오스타'만의 확실한 토크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 핵심은 속도다.

'라디오스타'는 말 그대로 정신없이 쏟아지는 토크의 롤러코스터가 되었다. 짧은 시간에 그것도 네 명의 MC를 앉혀두었다는 것은 그 방송분량을 위한 각축전(?)이 얼마나 치열했을까를 짐작케 한다.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무릎팍도사'가 혼자 MC를 하며 북치고 장구치던 모습을 보다가 '라디오스타'를 접하면 그 속도감이 배가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노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MC들은 장황한 이야기보다는 툭툭 치는 짧은 토크를 활용한다. 권투로 치면 끊임없이 잽을 날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잽이 한 군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네 사람이 서로 다투듯이 던지기 때문에 토크는 더 빠를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 방송분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끼어들기 때문에 촌철살인의 토크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실 처음부터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는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몇 년 간을 이 환경 속에 적응하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그 속도감 있는 토크 전개가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라디오스타'가 '황금어장'을 전적으로 책임지게 되자 갑자기 늘어난 방송시간에 어리둥절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곧바로 '라디오스타'는 초심을 다잡았다.

김구라는 이 '라디오스타'만의 토크 스타일을 1시간이 넘는 방송분량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아예 게스트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옆으로 삐딱하게 앉아(어떨 때는 등을 보인 채) 툭툭 던지는 그의 직설어법은 게스트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오랜 만에 나온 혜은이의 지나치게 편안한 복장에 "너무 편안하게 나오셨다"고 직언을 하고, 여전히 혼자 지내는 송은이에게는 "기구하구만"하고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그녀의 '남자 없는 삶'을 유머로 풀어놓게 한다. 김영호와는 적당한 긴장감을 만들어 스스로 꼬리를 내리는 모습도 연출하고, 김혜선에게도 연하남과의 러브신 얘기를 하며 "얼굴들이 아주 좋으십니다"하는 말로 은근한 웃음을 만들었다.

김구라가 전방에서 치고 나가고 윤종신이 떨어진 토크(?)를 다시 곱씹으며, 김국진과 규현이 의외의 토크를 툭툭 던지면서 '라디오스타'는 예전 20분 시절의 속도감을 그대로 찾아왔고, 여기에 전 후반을 나눠 '고품격 노래방' 코너를 연결하자 음악 토크라는 감성적인 부분까지 덧붙이게 되었다.

'라디오스타'가 이제는 '무릎팍도사' 없이 온전히 1시간을 과거의 속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오랜 시간 그 짧은 시간의 토크쇼를 통해 단련된 MC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김구라는 단연 빛난다. 그의 때론 물고 때론 스스로 무너지고 때론 엉뚱하면서도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토크는 '라디오스타'의 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