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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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김병만, KBS에 밉보였나

D.H.Jung 2011. 12. 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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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연예대상' 유감

김병만(사진출처:BM엔터테인먼트)

사실 연말 시상식을 두고 누가 대상을 탔네, 누구는 상을 못 탔네 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식상한 일이 되어버렸다. 연말 시상식이 결국은 방송사들의 자축연 같은 성격을 띤다는 것을 이제 대중들은 매번 연말마다 논란이 되는 시상결과를 통해 알아차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사의 잔치라고는 해도 그것이 TV를 통해 방영될 때는 어느 정도 공감 가는 시상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KBS연예대상'은 유독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가 많은 시상식으로 남게 됐다.

가장 대중들의 관심이 높았던 대상의 수상자가 애초 후보에도 없던 '1박2일' 팀 전원에게 돌아간 것은 거기 같이 후보에 오른 이들이나, 그들을 지지했던 시청자들에게도 모두 상식 이하의 결과라고밖에 할 수 없다. 결국 이것은 대상 후보에 오른 그 누구 한 명을 지목하기가 곤란했던 상황을 반증하는 것밖에 되지 못한다. 특히 강력한 대상 후보였던 김병만이 대상은커녕, 그 흔한 특별상 하나 받지 못한 건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는 올해 KBS 예능의 대표주자가 된 '개그콘서트'에 최장수 프로그램인 '달인'을 통해 끊임없는 도전을 보여줬던 인물이 아닌가.

매년 KBS 예능을 장악한 것은 '해피선데이'였지만 올해 대중적인 지지도는 '개그콘서트'가 훨씬 높았다. 그것은 시청자가 참여한 투표를 통해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개그콘서트'가 상을 받게 된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개그콘서트'에 가장 큰 기여를 했거나 존재감을 보인 인물에게 상이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그 장기 프로젝트를 끝낸 김병만에게 아무런 상이 돌아가지 못했을까.

결국 이것은 김병만이 '개그콘서트'를 그만 두고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 투입된 것에 대한 KBS의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가 없다. 즉 김병만은 SBS의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정글의 법칙'을 통해 확고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JTBC에서 '상류사회', '개구쟁이' 등에도 출연하고 있다. KBS로서는 '개그콘서트'를 통해 키워낸 달인이라는 캐릭터가 결국은 타 방송사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습이 달가울 리가 없다. 이것은 만일 김병만이 타방송사 활동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개그콘서트'에 남아있었다면 연예대상 결과가 어땠을까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방송사 입장에서 시상식이란 올해의 결과도 결과지만 내년의 약속(?)도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김병만이 대상을 받는다는 것 역시 방송사로서 허용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생겨난 김병만의 가치는 결국 타방송사에서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해왔던 노력에 대해 대상은 아니라도 무언가 KBS에서의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것은 김병만이 굳이 타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들어간 것이 KBS를 배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사실 김병만 정도의 캐릭터를 구축한 인물이라면 애초부터 KBS가 그를 위한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KBS는 그런 노력이 전혀 없었다. 그러니 점점 몸집이 커진 김병만이 '개그콘서트'의 달인으로 영원히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었고, 타 방송사의 제안을 뿌리치기도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러한 김병만의 선택은 또한 그의 다른 도전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닌가.

올해 'KBS 연예대상'은 강호동의 잠정은퇴 선언으로 그 어느 때보다 대상자를 뽑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대상이 후보에도 없던 '1박2일' 팀 전체에게 돌아간 점과, 김병만이 아무런 상 하나 받지 못하게 된 점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그 흔한 공동수상도 어려웠던 것일까. '개그콘서트'에 그토록 많은 상을 주면서 동시에 김병만에게 상을 주지 않은 것은 그래서 어찌 보면 KBS의 입장을 전한 것처럼 여겨진다. '개그콘서트'는 결국 개그맨들을 발굴하는 산실이지만, 그들이 커서 타 방송사의 방송을 하게 되면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