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강호동의 빈자리가 큰 '강심장'과 '스타킹'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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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의 빈자리가 큰 '강심장'과 '스타킹'

D.H.Jung 2012. 3. 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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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과 '스타킹', 연명만이 최선일까

'강심장'(사진출처:SBS)

강호동의 잠정은퇴로 가장 큰 충격을 입은 방송사는 KBS도 아니고 MBC도 아닌 SBS다. KBS의 '1박2일'은 강호동의 빈자리를 나머지 연기자들과 제작진들이 충분히 채워주었고, MBC '무릎팍도사'의 빈자리는 '라디오스타'가 확실히 메워주었다. 하지만 SBS의 '강심장'과 '스타킹'은 다르다. 강호동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고 그 여파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강심장'은 본래부터 강호동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20여 명의 게스트와 맞설 수 있는(?) MC로 강호동 만큼 적합한 인물은 없었다. '강심장'이 추구하는 강한 토크, 심장을 뛰게 하는 토크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렸다. '강심장'은 그래서 그 '강'의 의미가 온전히 강호동을 떠올리게 하는 토크쇼임이 분명했다. 물론 강호동 옆에 청출어람 이승기가 있었지만.

그런 강호동이 잠정은퇴로 빠져나간 것은 '강심장'으로서는 마치 기둥뿌리 하나를 빼낸 것과 다름없는 충격파였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중심이 사라진 것이니 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간 강호동 옆에서 착실히 성장해온 이승기가 그 충격을 상당부분 상쇄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이승기는 강호동과는 달리, 부드럽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는 예리한 순발력으로 '강심장'을 계속 뛰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제 이승기마저 '강심장'을 떠난다. 새로 이동욱이 MC를 맡는다고 하지만(또 다른 MC가 대기중이라고 한다), 아직 검증된 것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강심장'의 두 축인 강호동도 없고 이승기도 빠져나간 상황에서 전혀 새로운 인물을 투입한다는 것은 제작진에게는 너무 잔인한 일처럼 여겨진다. '강심장'이라는 좋은 프로그램이 자칫 연명을 거듭하다가 본래 명성조차 흐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타킹'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스타킹'이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형식은 굉장히 참신하고 진취적인 것이었다. 연예인들이 거의 무대를 장악하던 시절, 일반인들을 무대에 올리고 오히려 연예인들이 보조를 맞춰주는 이 역발상은 '일반인 방송 출연시대'의 서막을 연 셈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금, 방송 환경은 변해버렸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리얼리티쇼가 방송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별의 별 일반인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그다지 큰 화제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특히 '스타킹'을 감성적으로 뒤흔들어주던 놀라운 가창력의 '일반인'들은 이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빛에 가려져버렸고, 한 때 국민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숀리의 헬스 트레이닝 프로젝트 역시 이미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빠져나간 상태다. 그러니 지금은 '성형술'이나 '목청킹(음치 탈출 프로젝트)' 같은 마이너한 아이템들이 이 프로그램에 남게 되었다. 물론 이 상황에서라도 강호동이 있었다면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호동도 없는 자리에, 달라진 환경에 의해 소소해진 소재들은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이 본래 갖고 있던 그 혁신적인 이미지마저 지워버리고 있다.

과연 그럭저럭 시청률이 유지된다고 해서 대충 다른 인물을 끼워 넣어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만이 상수일까. 잔인한 얘기일 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는 연명하는 것보다 과감히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것이 지금껏 고생한 이들에 대한 예의인 경우도 있다. 털어내고 새로운 것을 채워 넣는 것. 그것은 제작진들에게도 박수 받을 때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제작진들이 새로운 것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강심장'과 '스타킹'. 정말 괜찮은 형식이고 좋은 프로그램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저 연명하는 것으로 그 좋은 프로그램의 이미지마저 사라지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