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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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누가 그들의 도전을 막았나

D.H.Jung 2012. 4.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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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스페셜마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

9주째 결방. '무한도전'은 지난주 'TV전쟁' 특집을 스페셜 방송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미남이시네요' 특집을 내보냈다. '무한도전'이 가진 특유의 열린 프로그램 구조와 오래도록 새로운 도전을 못 본 시청자들의 마음이 섞여서 였을까. 스페셜 방송마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TV전쟁' 특집은 당시 방영되었을 때, 종편 시대에 접어들어 과열 경쟁으로 저질화 될 방송에 대한 풍자로 받아들여졌었다. 하지만 MBC 경영진들의 파행과 이를 막기 위해 장기화되고 있는 파업을 염두에 두고 보자,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졌다. 누가 방송의 주인이 될 것인가에 대한 풍자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노홍철TV에 자막으로 붙여진 '사기꾼'이라는 단어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건 'TV전쟁' 특집과 연이어 스페셜 방영된 '미남이시네요'가 모두 투표의 형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최근 MBC 김재철 사장이 지시했다는 선거 보도에 관한 지시를 떠올리게 한다. 4.11 총선에서 4시부터 6시까지의 선거보도를 막았다는 것. 이 시간대는 본래 공영방송이라면 응당 투표를 독려하는 보도를 해야 마땅한 일이다. 방문진의 여당 추천인인 차기환 이사는 이에 대해서 "젊은 층들이 투표를 4시부터 6시까지 많이 하는데, 그 시간 동안에만 방송 실시간 투표율을 보도하면서 투표를 독려한다고 하면 누가 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거꾸로 얘기하면 젊은 층들의 투표독려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같다.

스페셜로 편성된 'TV전쟁'과 '미남이시네요' 속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저를 찍어주세요!"라는 외침은 그래서 이 모든 MBC 사태에 대한 '무한도전'의 결의처럼 읽히기도 한다. 비상식적인 인사와 경영(예를 들면 예능, 드라마의 외주화, 전 사원의 프리랜서 연봉제화, 기자 계약직화 심지어는 아나운서의 외주화까지)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안도 거부되고 이제 남은 건 총선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사실 시청자들에게 '무한도전'이나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의 결방은 못내 아쉬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일선 PD들의 선택을 지지하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누군가의 사익에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제 색깔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를 대중들은 원한다. MBC에 이어 KBS도 파업에 들어가고, 여기에 '1박2일'과 '남자의 자격', '승승장구' 같은 간판 예능 프로그램 PD들도 속속 참여하고 있는 상황과, 이 불편함마저 지지하고 있는 대중들의 여론은 지금 이 흐름이 몇몇 기득권자에 의해 되돌릴 수 없는 것임을 잘 말해준다.

항간에는 '무도'의 장기결방의 손실이 20억 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사실 이런 수치는 결방이 가진 의미에 의하면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다. 방송이 공영성을 잃고 몇몇 기득권자들의 사익에 좌우된다면, 그것이 대중들에게 미칠 손실은 수치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MBC 예능이 파업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당장의 사실 이전에, 그 파업이 왜 벌어지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