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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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MBC, 케이블만큼도 볼 게 없다

D.H.Jung 2012. 4. 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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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시사 교양 모두 실종된 MBC

 

'MBC 뉴스데스크'는 한때 뉴스 프로그램의 간판 격으로 인식되기도 했었다. 특유의 권력에 굴하지 않는 따끔한 멘트와 시각들이 소외된 서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들은 모두 스타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건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지금의 뉴스데스크는 편성시간이 확 줄어버렸고 심지어 주말의 뉴스데스크는 단 15분이 고작이다. 대신 '세상보기 시시각각'이라는 VCR물이 뉴스의 빈자리를 때우고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MBC는 'PD수첩'에서 '시사매거진 2580' 그리고 '100분 토론' 같은 인기 시사 프로그램들이 유독 많았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렸거나 본질을 잃고 마치 물 타기를 한 듯 프로그램 색깔이 흐릿해져버린 게 사실이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이 이런 상황이니, 교양 프로그램인들 온전할 리가 없다. 'MBC스페셜'은 금요일 밤을 대표하는 다큐 프로그램이자, TV 다큐의 성공사례로 지목되었지만 언젠가부터 대중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물론 파업 여파가 더 그 변화를 극명하게 보이게 해준 것일 게다. 하지만 이미 파업 이전부터 이런 변화는 눈에 띄게 일어났다는 것. 즉 이 변화가 파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이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파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방송, 특히 현실에 민감한 시사나 교양 프로그램이 통제 받기 시작하면 제대로 된 방송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프로그램이 자칫 그 눈과 귀를 막을 수도 있다. 파업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좀 더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함이다.

 

뉴스와 시사 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이 다를 수 없다. 예능은 그저 웃음을 주는 것으로 현실과 별 상관이 없는 것처럼 치부되기도 하지만, 어디 그런가. 지금의 예능은 현실과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대중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된다.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은 대표적이다. 11주째 결방의 이유도 분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파업에 대해 지지하는 대중들의 마음도 분명하다. 우리는 그저 방영되기만 하는 '무한도전'이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웃음과 감동 그리고 의미를 주는 '무한도전'이 보고 싶은 것이다.

 

'무한도전', '황금어장', '놀러와', '우리 결혼했어요' 등등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건 모두 제대로 된 프로그램들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외주로 채워 넣은 '일밤'이나 MBC측에서 겨우겨우 채워 넣은 방송이 전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타이틀만 같다고 같은 프로그램이 되는 건 아니다. KBS의 '1박2일'이 파업 와중에 편집 인력 몇을 투입해 만든 프로그램이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되어버리는 건 그 때문이다.

 

남은 건 본래부터 외주로 채워지던 드라마들뿐이다. 그것도 자체 제작하는 주말드라마, '무신'과 '신들의 만찬'은 질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는 드라마들이다. 때 아닌 신파 설정으로 7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한 '무신'과, 이해할 수 없는 멜로 구도의 급변으로 논란마저 겪고 있는 '신들의 만찬'은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군림하던 MBC의 위상을 옛이야기로 만들어버린다.

 

뉴스의 편성이 줄어들고,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사라지고, 예능도 없고, 드라마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방송. 이것은 어쩌면 파업이 아니라도 잘못된 인력운용으로 파행되는 방송사가 보여줄 풍경 그대로일 것이다. 케이블만큼도 볼 게 없는 작금의 MBC는 그래서 이 본질적인 문제를 그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식'의 인력운용과 버티기로 일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 그토록 방송이 하고 싶은 이들이 눈물을 머금고 일선에서 벗어나 있는지, 또 그토록 제대로 된 방송을 보고 싶은 대중들이 긴 시간 동안 결방을 참고 있는지 MBC는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