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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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2>, 왜 힘들어도 가고 싶을까

D.H.Jung 2012. 6. 3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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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2>, 그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결합

 

<정글의 법칙2>가 보여주는 자연은 이중적이다. 한없이 맑은 하늘과 점점이 떠다니는 구름,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 모래사장, 신비롭게까지 여겨지는 블루 톤의 호수(블루홀)나 태곳적 신비를 머금은 듯한 동굴까지. 막연히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하나의 판타지가 된다. 저런 곳이라면 한번쯤 고생이라도 각오하고 싶은 그런 판타지.

 

'정글의 법칙2'(사진출처:SBS)

하지만 이 판타지 너머 제작 현장으로 들어가면 거기에는 살 떨리고 멘탈 붕괴가 일어날 정도로 힘겨운 야생 그대로의 리얼리티가 있다. 어떤 이는 아이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고, 그저 간단하게 보이는 강물 건너기조차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비를 머금은 진창은 그잖아도 천 근 만 근 같은 발목을 척척 감아쥐고,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는 위험 앞에 몸은 극도로 긴장하게 된다. 당장 배고픔과 추위와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끈적거림 속에서 판타지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즉 TV 화면 이편과 저편 사이에는 그만한 거리가 존재한다.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심지어 판타지를 느끼는 그 장면들 속에서 출연자들과 제작진들은 엄청난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글의 법칙> 시즌1과 시즌2의 가장 극명한 차이는 이 대비효과가 훨씬 강해져 있다는 점이다. 시즌1이 적응단계였다면 아마도 시즌2는 프로그램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미 적응기를 지나 진화단계로 접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정글로드에서 보석처럼 발견한 블루홀마저 신비의 말말부족을 찾아가는 이들에게는 건너야 할 강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넝쿨을 이어 강 양쪽에 묶고 한 사람씩 건너는 장면은 말 그대로 아슬아슬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정글의 법칙2>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망중한(忙中閑). 그 고달픈 여정 위에서 잠시 나마 어린아이들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 타잔처럼 물 속으로 다이빙을 하거나, 넝쿨을 잡고 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별 것도 아닌 듯한 장면은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실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도시를 정글로 표현한 많은 이들이 그 생존경쟁의 장에서 탈출을 권하지 않았던가. 그 살벌한 공간을 잠시 떠나 취하는 여유는 그래서 모든 도시인들의 판타지가 되었다. 자신이 버는 월급 만큼의 돈을 들여서라도 단 며칠의 휴가를 계획하는 건 그 짧은 나날이 길디 긴 정글에서의 힘겨운 삶을 버티게 해주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2>의 이지원 PD는 정글이 주는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그 곳이 주는 완벽한 편안함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도시에서라면 잠들기 전까지 별을 세다가 잘 수 있겠어요? 수시로 전화벨이 울리고 내일 아침이면 해야 할 일들에 머리가 지끈지끈해서 잠도 잘 못 자는게 현대인들의 생활이잖아요. 그런데 <정글>에 가면 달라져요. 오로지 생각이 먹을 것과 잠잘 것 같은 원초적인 것들에만 머물러 있죠. 몸은 조금 피곤해도 머리는 한없이 맑아집니다."

 

바로 이 점이 <정글의 법칙2>에 대해 우리 같은 시청자들이 느끼는 양가감정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 혹독한 정글이 주는 현실감에 몸서리치다가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는 판타지.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존재들은 바로 출연자들이다. 만일 정글이 주는 혹독함에 매몰되어버리면 그것이 살풍경한 리얼리티를 보여줄 수는 있어도 대중들의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혹독함 속에서도 늘 여유 있고 심지어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는 김병만을 위시한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가치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도시의 정글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잠시 동안이지만 숨 쉴 수 있는 여유로서 <정글의 법칙2>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