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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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4', 강용석 없이도 충분한 이유

D.H.Jung 2012. 8. 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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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4>, 굳이 강용석이 왜 필요할까

 

방송에 있어서 이른바 ‘낚시질’은 그리 비난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그 당락의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출연자를 잠깐 보여주고 ‘그 결과가 잠시 후에 공개된다’는 식의 편집방식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만들어내 끝까지 프로그램에 집중하게 해준다.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4>에서 조앤과 강용석 전 의원은 바로 이 낚시질 편집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다.

 

'슈퍼스타K4'(사진출처:Mnet)

그런데 <슈스케4>를 보다보면 왜 굳이 조앤과 강용석 전 의원의 출연분을 갖고 낚시질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그들이 가진 지명도가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슈스케4>는 그들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출연자들이 말 그대로 널려 있기 때문이다. 첫 회에서 포복절도의 웃음을 주었던 러통령 박상보, 폭풍감동을 전해주었던 울보 파이터 육진수, 귀여운 아이처럼 등장했다가 놀라운 가창력을 보여준 유승우, 발성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도전한 연규성, 쏘시지 타령으로 스튜디오를 뒤집어버린 정희라, 잘 생긴 외모에 집안 좋고 노래까지 잘하는 엄친우 김상우 등등.

 

이런 매력이 넘치는 출연자들은 2회에도 여전했다. 싸이의 후배라는 버클리 음대생 출신 군인 김정환, 외모와 달리 절정의 소울을 보여준 반전의 정희훈, 암투병중인 엄마를 위해 노래를 불러 좌중을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린 이용혁, 군에서 소녀시대보다 인기가 많은 여군 강수연, 랩과 가창력을 모두 겸비해 백지영의 극찬을 받은 계범주 등. 어떻게 저렇게 많은 출연자들이 저 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무대에 올라 거기에 딱 맞는 노래를 부르는 지 신기할 정도다.

 

정작 낚시질 편집으로 활용된 강용석 전 의원의 무대는 밋밋하기 이를 데 없었다. 노래가 주는 반전도 없었고, 출연의도도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서 그다지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승철이 던진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건 아니시겠죠?”라는 질문이 가장 주목될 정도로 강용석 전 의원의 무대는 재미나 감동 그 어떤 것도 채워주지 못했다. 이것은 조앤도 마찬가지다. ‘제2의 보아’라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그녀가 보여준 무대는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했다.

 

<슈스케4>가 여타의 오디션과 비교해 슈퍼 갑 오디션인 이유는 거기 출연하는 이들의 면면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래 실력에 있어서도 출중하고, 참가하는 이유에 있어서도 더 절실하다. 때로는 4차원의 느낌을 주는 엉뚱한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끼도 만만찮은 재미를 선사한다. 압도적인 수의 참가자들이 있기 때문에 거기서 보석 같은 출연자들을 선별해낼 수 있는 게 바탕이 되고, 그 위에 출연자들 하나하나의 영상을 마치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이어붙인 듯한 정교한 편집이 재미를 배가한다. 단 몇 분만에 출연자의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정교한 편집의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슈스케4>는 굳이 강용석 전 의원 같은 인물을 낚시용으로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물론 어떤 인물이 참여한다고 해도 문호가 열려 있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몇 회에 걸쳐 반복 편집해 이목을 끌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얘기다. 그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자신들의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듯 느껴질 정도로 개성 강한 출연자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대중들의 면면을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슈스케4>가 국민 오디션이라는 것이 허명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