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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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예능이라면 <정글의 법칙>처럼

D.H.Jung 2012. 9. 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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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법> 마다가스카르, 주말 예능의 면모

 

<정글의 법칙>, 도대체 어디까지 진화할까. 마다가스카르로 떠난 <정글의 법칙>은 주말예능에서 대중들이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신기한 식물들과 무수히 많은 독보적인 동물들이 가득한 마다가스카르라는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스펙터클이 있었고, 어느 한 명 빠지는 것 없이 꽉 찬 느낌의 일곱 명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있었으며, 사막과 정글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과, 자연과의 공존이 주는 즐거움이 재미와 의미를 모두 만족시켜주었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그간 <정글의 법칙>은 참신한 시도는 좋았지만 주말 예능으로서 조금은 거친 느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툰드라편은 특히 그랬다. 아무 것도 없는 불모의 땅에 던져진 병만족들은 물론 고생을 감수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방송분량 자체가 나오지 않는 환경 때문에 난관에 봉착한 적이 있다. 주말예능으로서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지만 툰드라의 살풍경 속에서 힘겨워하는 연기자들만큼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도 불편함이 느껴지곤 했다.

 

그렇게 거친 영상들을 보았기 때문일까. 툰드라와 비교해 마다가스카르는 마치 천국 같은 느낌을 주었다. 수많은 희귀한 동식물들이 살아 숨 쉰다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활력을 주는 그런 생생함. 무엇보다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보며 웃고, 또한 나아가 생태 교육적인 효과까지 주는 그 긍정적인 인상은 주말 예능으로서 <정글의 법칙>이 제대로 된 진화를 했다는 증거로 보인다. 모두에 자막으로 걸린 것처럼, ‘도전’이 아닌 ‘보전’으로 가는 <정글의 법칙>에서는 한층 여유가 느껴진다.

 

일곱 명 최다 멤버가 투입된 것도 주목할 만하지만, 그들이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마다가스카르에 간 <정글의 법칙>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김병만을 위시해 류담과 노우진이 모두 합류함으로써 완성된 달인팀이 주는 기대감이 그렇고, 김병만을 보좌하는(?) 정글2인자로서의 리키김은 물론이고 새로 투입된 전혜빈, 박정철, 진운이 만들어내는 신선함도 좋다. 특히 진지함을 유지하며 여전사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전혜빈, 어딘지 허당의 느낌으로 웃음을 줄 것 같은 박정철, 또 기타 하나 둘러매고 서글서글한 웃음을 날리는 진운은 모두 단 한 회만에 그들만의 캐릭터를 드러냈다.

 

여기에 기대감을 더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글의 법칙> 제작진을 대표하는 이지원 PD가 좀 더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첫 날 분량에서 병만족들은 자신들만 덜컹거리는 트럭 뒷칸에 탈 수 없다며 이지원 PD를 강제로 태우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다. 미션을 제시하고 룰을 세우는 제작진들이 프로그램 속으로 함께 들어온다는 사실은 그들과 병만족 사이의 밀당이 좀 더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 밀당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제작진과 연기자들 사이의 동료애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은 주말예능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현재 주말예능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익숙한 것들을 반복하는 경향이 짙다. <남자의 자격2>는 다시 합창단 미션을 시작했고, <승부의 신>은 <무한도전>의 하하와 홍철의 대결을 스핀오프했다. <나는 가수다2>는 시즌제로 돌아와 반복되는 같은 가수들의 무대들 때문에 주목되지 않은 지 오래다. ‘새가수 결정전’이 오히려 본 대결보다 더 흥미롭게 여겨지는 건 ‘새로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박2일2> 역시 새로운 멤버들이 이제 적응하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그 형식이 너무 오래 반복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주말예능들과 비교해 볼 때, <정글의 법칙>은 확실히 저 스스로 진화를 멈추지 않는 새로운 도전으로 여겨진다. 그 누구도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을 걸어가는 그 독보적인 행보. 그러면서도 주말예능이라는 본분에 충실한 <정글의 법칙>의 자세는 그래서 다른 주말 예능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진다. 주말예능이라면 <정글의 법칙>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