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울랄라부부', 평작도 살린 김정은과 신현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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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부부', 평작도 살린 김정은과 신현준

D.H.Jung 2012. 10. 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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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도 <신의>도 누른 <울랄라부부>의 힘

 

이 정도면 코믹도 명품이다. 사실 <울랄라부부>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미 최순식 작가의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보여준 영혼 체인지 이야기의 반복 정도가 아닐까 여겨졌다. 게다가 경쟁작들이 모두 사극이다. 그것도 이병훈PD와 김이영 작가, 김종학PD와 송지나 작가 같은 쟁쟁한 이들이 쓰고 연출하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저 평범해 보이는 영혼 체인지의 로맨틱 코미디인 <울랄라부부>가 모든 예상을 깨고 수위에 올라섰다. 도대체 이 반전의 이유는 뭘까.

 

'울랄라부부'(사진출처:KBS)

단순하지만 웃기다는 것이다. 아니 웃기는 정도가 아니라 빵빵 터진다. 이제 서로에 대해 시들해진 30대 부부인 나여옥(김정은)과 고수남(신현준)의 영혼체인지는 생각 외로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었다. 그잖아도 무시당하며 가족들 뒷바라지에 지친 나여옥에게 고수남의 불륜이 드러나고 그것 때문에 이혼을 결심한 바로 그 순간에 영혼체인지가 일어났다는 점이 포인트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듯 툭탁대면서도 그 바뀐 성과 역할 속에서 뒤집어지는 일상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적지 않다.

 

고수남의 영혼이 들어간 나여옥이 아침을 대충 차리면서 ‘먹으면 단박에 배부른 캡슐’ 같은 건 없냐고 툴툴 대는 장면이나, 영혼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 합방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얘기에 잠자리에서 뒤바뀐 역할로 아옹다옹하는 모습은 일상적인 성 역할을 뒤집는 통쾌함이 묻어난다. 나여옥(사실은 고수남)이 고수남의 몸을 노골적으로 스킨십하고 그걸 징그러워하며 거부하는 고수남의 여성스런 몸짓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면서도 그 안에 남녀 간에 부지불식간에 만들어져 왔던 권력관계를 뒤집는다.

 

결국 영혼체인지는 과거 이미 셰익스피어의 희곡 같은 작품에서 역할 바꾸기를 통해 보여준 것처럼 ‘소통’의 문제를 건드린다. 부부 간의 소통이 그 전면에 놓여 있지만 이야기는 그런 사적인 위치에만 머무르진 않는다. 거기서 나아가 가정과 사회 속에서의 남자와 여자라면 서로 공감할만한 상황과 설정들을 집어넣음으로써 소통의 폭을 넓힌다. 로맨틱 코미디지만, 그래서 보는 내내 빵빵 터지며 웃을 수 있지만, 그러면서 결국 도달하는 건 서로에 대한 소통과 공감이다. 울랄라부부는 지금 30대 시들해진 부부가 겪을 수 있는 극단에 서서 영혼체인지라는 코드를 활용해 서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소통의 물꼬를 열어보려 하고 있다.

 

이렇게 거창하게 얘기해도 그 소재가 이미 여러 번 다뤄진 것은 물론이다(이건 심지어 고전적이다). 그만큼 진부할 수 있는 소재지만, 그것을 단번에 넘어서게 해주는 건 김정은과 신현준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코믹 연기다. 물론 코믹 연기라고 해서 의도적으로 웃기려고 하는 그런 코미디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완전히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이 바뀐 상황에 몰입함으로써(따라서 그들은 진지하다) 그걸 보는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나여옥 영혼에 빙의된) 신현준은 하소연을 하면서 실제로 눈물을 흘린다. 그것은 진심이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큰 웃음을 준다.

 

쩍벌남에 때론 거친 모습을 보여주는 (고수남 영혼을 갖게 된) 김정은 역시 마찬가지다. 귀여운 외모를 가진 그녀가 털털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 반전이 주는 웃음의 진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남성적인 외모의 신현준이 여성적인 목소리 톤과 몸 동작을 할 때 배가 되는 그 반전효과와 마찬가지다. 코믹 연기로서 <울랄라부부>는 신현준과 김정은에게 하나의 전기가 될 작품으로 보인다.

 

<울랄라부부>가 <마의>나 <신의> 같은 쟁쟁한 작가와 PD들의 작품들과 경쟁해 수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 영혼체인지가 주는 코믹함과 더불어 소통의 쾌감이 많은 공감대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걸 효과적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신현준과 김정은의 연기다. 이 둘의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울랄라부부>는 평작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