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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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 금요일 편성보다 휴식을

D.H.Jung 2012. 10. 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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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 평일 밤 편성 괜찮을까

 

일요일 저녁 방영되던 <정글의 법칙>이 11월에 평일 밤 시간대로 옮기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K팝스타> 시즌2가 11월18일부터 일요일 저녁에 편성되기 때문이다. 금요일 편성이 유력시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고쇼>의 거취가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계속 간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다지 성적이 좋지 못한 <고쇼>의 자리를 <정글의 법칙>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주말 편성의 고민은 사실 어찌 보면 SBS로는 배부른 고민이다. <정글의 법칙>, <런닝맨> 그리고 <K팝스타>까지 괜찮은 예능 프로그램이 그만큼 넘쳐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MBC가 주말 예능에 수많은 프로그램들을 런칭했다가 접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SBS의 이런 상황이 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고민은 고민이다. 과연 <정글의 법칙>의 평일 밤 시간대 이동은 괜찮은 선택이 될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주말 예능으로서 제대로 자리 잡은 <정글의 법칙>이 확보하고 있는 시청층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은 주말 예능에 걸맞게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프로그램이 평일 밤 시간대로 이동한다면 아이들과 어른들이 공유하며 세대 공감하는 이 프로그램의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놓칠 수 있다.

 

마다가스카르 편 같은 경우에는 그 자체가 하나의 교육의 장이 될 만큼 자연과 환경 그리고 다양한 생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러나 평일 밤에 맞춰서 <정글의 법칙>이 좀 더 성인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게 되면 향후 이 프로그램의 색깔이 애매해질 수 있다. 자칫 평일 밤의 시청률 경쟁에 들어가게 되면 서바이벌이 강조되는 프로그램의 자극적인 면이 더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여러모로 <정글의 법칙>에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정글의 법칙>이 평일 시간대로 옮겨갔을 때 그 자리에 놓여있던 프로그램도 그대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요일 밤이 유력시 되었지만 그렇게 되면 <고쇼>의 존폐가 위태로워진다. 물론 <고쇼>는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토크쇼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정글의 법칙>의 편성을 이유로 다른 프로그램이 사라진다면 그것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보다 더 중요한 건 세 번째 이유다. 그것은 <정글의 법칙>의 프로그램 제작의 강도가 다른 프로그램보다 훨씬 높다는 데 있다. 따라서 시즌제를 애초부터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일정 시간의 휴식기가 제작진은 물론이고 출연자들에게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 무리하게 계속 강행하다가는 지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휴식과 재충전 없이 강행되는 프로그램은 자칫 그 프로그램의 소비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반복되면 둔감해지는 것이 시청자들의 속성이다. 즉 시청자를 위해서도 어떤 휴지기는 기대를 유지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정글의 법칙>의 평일 시간대로의 이동보다 훨씬 상수는 <K팝스타>가 방영되는 기간 동안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을 갖는 것이라는 점이다. 연속 방송이 가진 장점도 있지만 <정글의 법칙>처럼 특정한 공간에 들어가 사전 제작되는 방식의 프로그램은 오히려 해외의 시즌제 프로그램들이 그러하듯이 일정한 휴지기를 갖는 게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이것은 <K팝스타>를 괜스레 잘 나가는 <정글의 법칙>을 밀어낸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을 갖게 하기보다는, 그동안 고생한 <정글의 법칙>을 잠시라도 쉴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주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