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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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우결', 왜 시트콤 같을까

D.H.Jung 2012. 10. 1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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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 결혼 놀이가 재미는 있지만...

 

‘리얼과 가상을 넘나드는 커플들의 좌충우돌 가상결혼생활을 통해, 연애와 결혼에 관한 현실적 고민의 해답을 찾아본다.’ 이것이 <우리 결혼했어요>의 프로그램 소개다. 즉 가상이지만 그것을 통해서 현실을 모색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 소개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초반에는 꽤 진지한 기획의도였을 게다. 가상 결혼이라는 것이 자칫 연예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자극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사진출처:MBC)

하지만 꽤 오랫동안 프로그램이 지속되면서 <우리 결혼했어요>는 어떤 패턴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결혼생활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권태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제 설레는 만남과 밀당, 스킨십, 이벤트 그리고 이별로 이어지는 그 패턴은 시청자들에게는 그게 그거인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한다. 마치 반복된 결혼생활이 점점 자극에 무뎌져 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시즌4는 과감한 변화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커플들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과감한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도 하고, 꽤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한 사이처럼 스스럼없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간 해왔던 가상 결혼 생활의 전반부를 과감히 생략하고 바로 본 게임(?)으로 들어가는 양상이다.

 

이른바 ‘우결마을’은 시즌4의 변화된 설정을 가장 핵심적으로 보여준다. 그간 가끔 이벤트로 각각의 커플들이 만나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제 아예 한 마을로 정착시켜 그 안에서 서로의 커플들이 관계를 맺는 그 과정을 보여주려는 것. 이렇게 되면 마치 커플 대항 게임 같은 양상들이 생겨난다. 서로의 애증을 커플들끼리 경쟁적으로 드러내는 반상회 콘셉트의 상황은 꽤 팽팽한 재미를 안겨준다.

 

촌장과 부녀회장을 뽑기 위해 서로 나와서 각자 부부의 애정을 과시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심지어 차력(?)을 선보이며 개인기를 뽐내는 장면은 쇼에 상황극적 요소를 더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웃음을 준다. 한선화의 쩍벌춤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세 남자의 모습은 부부관계라는 가상설정이 그 안에 있기 때문에 더 흥미로워진다. 윤세아의 반전 있는 로봇 춤은 웃음과 함께 그녀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주고, 엉뚱 유쾌한 이준과 밀당을 하는 오연서의 모습도 기존 <우리 결혼했어요>의 관계들하고는 조금 다른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황광희, 한선화, 이준, 오연서, 줄리엔 강, 윤세아 이 여섯 명이 자체 발산하는 예능감은 각각의 상황을 잘 살려내고 있다. 하지만 너무 잘 살려내기 때문일까. 시즌4의 ‘우결마을’은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인상이 짙다. 말 그대로의 시추에이션 코미디. 즉 주어진 상황 속에서 그저 웃음을 보여주는 가상극 같은 느낌이다. 물론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결혼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흥미로웠던 것은 그 가상 속에서도 생겨나는 진짜 감정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를 갖고 ‘진짜 현실에 저런 게 어디 있냐’고 말하는 건 우스운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 애초부터 가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가상을 통해 진짜 현실의 단면을 투영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결혼을 빙자한 놀이가 되어버리기 쉽다. 심지어 프로그램 도중에 자꾸 이준에게 관심을 보내는 한선화에게 오연서가 “그럼 커플 바꿀래요?”라고 묻는 그 과감한(?) 지점은 <우리 결혼했어요>의 재미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한 마을에 모아놓고 벌어지는 결혼놀이는 재미있지만, 그것이 결혼이라는 가치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건 씁쓸한 일이다. 때로는 가상의 개념이 현실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