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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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4', 홍대광이 주목받는 이유

D.H.Jung 2012. 11. 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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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4>, 저들의 스타와 우리들의 스타

 

시즌1,2를 생각해보면 현재의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는 그 예선 분량이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시즌1,2는 바로 이 <슈스케>의 규모(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는)를 전면에 깔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것이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어마어마한 경쟁사회의 현실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대중들은 <슈스케>의 규모가 대단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따라서 그 패턴마저 읽히는 예선을 오래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신 좀 더 빨리 눈길을 확 사로잡는 참가자를 발견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초반 기선을 확 제압하고 싶은 제작진의 욕구이기도 하다.

 

'슈퍼스타K4'(사진출처:Mnet)

예선 분량이 줄어들은 대신 필요해진 것이 참가자들 중 가능성 있는 인물들을 재빠르게 포착해 캐릭터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엮는 작업이다. 이것은 억지로 없는 걸 만든다는 게 아니라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을 한다는 얘기다. 물론 예선의 과정을 시시콜콜 다 보여주면 지루한 감은 있어도 좀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편집을 통한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면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지지만 약간은 인위적인 느낌을 갖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슈스케4>가 초반부터 주목한 인물들은 대부분 톱12에 안착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인물들을 꼽으라면 로이킴, 정준영, 유승우 그리고 김정환일 것이다. 로이킴은 엄친아적인 면모와 함께 음악적인 기량을 갖춘 데다 자칫 유약해보일 수 있는 이미지조차 싸움닭(?) 같은 경쟁에 강한 이미지를 통해 넘어서면서 <슈스케4>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 되었다. 정준영은 그와 상반된 자유분방하고 중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슈스케4>의 재미를 선사한 인물이다. 음악적인 기량은 물론 갖추고 있지만 그것보다 더 그를 주목하게 한 것은 그가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심지어 오디션을 비웃는 듯한) 4차원적인 모습이다.

 

유승우는 나이 어린 천재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주목받았고 김정환은 군인이지만 준비된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반전된 면모로 대중들을 매료시켰다. 이들은 몇 번씩 탈락을 맛봤지만 그 때마다 대중들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패자부활전을 바라봤고 결국 그들은 대중들이 예상한 대로 부활했다. 이렇게 된 것은 편집되고 선택되고 집중된 예선 과정들을 통해 대중들도 어느 정도 본선에 오를 이들을 예감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미 예선 과정에서 캐릭터와 스토리를 가진(그렇게 편집돼서 보여진) 인물이 탈락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방송분량의 낭비가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본선에 그렇게 올라갔을 때, 그 주목도로 인해 커진 기대감만큼을 버텨낼 음악적인 기량을 그들이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정준영이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부르면서 힘겨워하는 모습은 그 괴리를 잘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이승철을 비롯해 모든 심사위원이 혹평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서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지 못한 면도 그렇지만, 음악적인 기량도 잘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마도 그 오디션을 본 시청자들 또한 같은 마음이었을 게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방송 편집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의 힘과 오디션 본연의 실력 사이에 부딪침이 생겨난다. 이미 생겨난 정준영의 팬덤은 그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작동하기 시작하고 그것은 결국 오디션의 기반을 흔들어버린다. 오직 실력으로 뽑겠다는 오디션이 인기도 투표로 비춰지는 순간 그 공정성에 기반을 둔 오디션의 판타지는 깨지게 된다. 호평을 받은 허니지가 떨어지고 혹평을 받은 정준영이 붙은 결과에 대해 대중들이 어떤 실망감을 가진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오디션에서 실망감을 안겨준 건 정준영만이 아니다. 유승우 역시 본선에 올라 심사위원으로부터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 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의 진짜 매력을 감춰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가 첫 무대에서 불렀던 김건모의 ‘My son’은 재기발랄한 그의 모습이 돋보였지만 그 후 세븐의 ‘열정’이나 처진 달팽이의 ‘말하는 대로’는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한 무대였다. 로이킴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그 역시 어떤 비슷한 패턴의 음악을 반복하는 느낌을 주는 건 마찬가지다.

 

이것은 이들이 잘못했다기보다는 프로그램이 이들의 소비를 너무 빨리 했던 데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미 정준영과 로이킴과 유승우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저들만의 팬덤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상당부분 <슈스케4> 제작진들이 예선 과정을 통해 그들을 선택하고 집중시킨 결과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갑자기 홍대광이 주목받는 인물이 된 것은 그가 초반 선택과 집중에서 조금은 비껴난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정준영이나 로이킴, 유승우처럼 제작진에 의해 주목된 인물들이 빨리 소비되고 그 쌓여진 이미지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 우리는 홍대광을 바라보게 되었다. 연예인처럼 보이지도 않고 여전히 무대에서도 버스킹을 하는 듯한 그 수수한 모습에서 <슈스케> 본연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 것. 그런데 바로 이 제작진이 만든 듯한(결과를 의도했다기보다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 선택된) 스타와 우리들이 발견한 스타라는 대척점에서 오히려 <슈스케4>의 후반부가 흥미진진해진 것은 아이러니한 결과다. 과연 <슈스케4>는 저들의 스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우리들의 스타가 될 것인가. <슈스케4>는 이런 프로그램을 놓고 제작진과 시청자가 벌이는 듯한 대결구도마저 프로그램을 통해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