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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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네모난 세상

60초에 담긴 朴과 文의 이미지 전략

D.H.Jung 2012. 11. 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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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강조한 박, ‘서민’ 강조한 문

 

지난 2002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광고에는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과 함께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리고 던져진 “노무현의 눈물 한 방울이 대한민국을 바꿉니다.”라는 말 한 마디는 정책보다 더 강력한 이미지의 힘을 대선 광고를 통해 보여주었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그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 광고는 욕 먹으며 밥 먹는 장면을 통해 당시 이명박 후보의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밥 쳐먹었으니께 경제는 꼭 살려라잉 알겄냐.” 이 말은 ‘경제만 살리면 다 용서된다’는 위험한 발상을 담고 있었지만 당시 팍팍한 서민들의 귀에는 달콤하디 달콤한 속삭임이었다.

 

사진출처:새누리당, 민주통합당

광고는 물론 실상이라기보다는 이미지에 더 가깝다. 그것이 광고가 가진 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밥집 광고에 등장하는 욕쟁이 할머니는 연기자였음이 밝혀지기도 했고 <MB의 추억>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는 이 광고의 메이킹 필름을 통해 그 이미지가 얼마나 허상인가를 폭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대선 광고가 가진 힘은 강력하다. 짧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그래서 더 압축적이고 더 이미지적이다. 따라서 그 이미지의 파괴력을 가진 대선 광고는 그만큼 조심스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첫 선을 보인 광고 안에는 어떤 이미지 전략이 들어있을까.

 

왜 박근혜는 ‘상처’를 끄집어냈을까

박근혜 후보는 첫 광고에서 ‘상처’를 끄집어냈다. 2006년 신촌 피습 사건 장면이 스틸 컷으로 들어가고 뺨 부위에 테이프를 붙인 박 후보의 옆얼굴과 그로 인해 남게 된 상처의 흔적을 클로즈업하면서 그 위에 ‘그날의 상처’의 의미를 되새겼다. 박 후보의 쾌유를 비는 시민들의 촛불집회 장면이 삽입되고 “여러분이 저를 살려주었습니다. 그 때부터 남은 인생 국민들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하고 자신의 출마 근거를 제시한 후 마지막에 “이제 여러분께 저를 바칠 차례입니다.”라는 다짐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 캐치 프레이즈는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이 광고가 끄집어내는 건 박근혜 후보가 가진 ‘상처’의 이미지다. 물론 독재 정권이 가진 한계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어찌됐든 그녀의 부모가 모두 총탄을 맞고 사라진 사실에 대한 보수층의 동정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이것은 정치와는 무관해보이지만 박근혜 후보가 가진 이미지적인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정책을 끄집어내면 낼수록 과거 독재정권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반면, 이렇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낼 때 동정적인 이미지는 더 커진다. 이것은 박근혜 후보가 유독 대선 토론을 회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정책적인 약점이 있다기보다는 이미지적으로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처를 드러낸 박근혜 후보의 첫 대선광고는 바로 그 정책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동정적인 이미지를 끌어내기 위함이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부가되는 것은 ‘여성’이라는 위치가 만들어내는 막연한 ‘희생’ 같은 이미지다. “이제 여러분께 저를 바칠 차례”라는 말은 그래서 다양한 뉘앙스로 읽힌다. 그것은 자신을 살려낸 국민들에게 이번에는 자신이 국민들을 살려낼 차례라는 뜻처럼 들리면서도, 동시에 개발시대의 향수를 가진 보수층들에게는 그녀의 부모를 잇는 희생처럼 들리기도 한다.

 

‘서민’을 끄집어낸 문재인이 주장한 세 가지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문소리가 부르는 가수 안치환의 ‘내가 만일’이 바탕으로 깔리고 문재인 후보의 자택 일상이 광고에 담긴다. 이것은 여러모로 박근혜 후보가 갖고 있는 귀족적인 이미지와의 차별화를 위한 포석이다. 가사가 전하는 ‘하늘’과 ‘그대 얼굴’은 기묘하게도 대통령과 서민의 이미지로 전화된다. 일상적인 장면 속에는 문재인 후보가 소파에 앉아 책을 보거나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 모습이 들어있지만 그 깔리는 목소리기 무수한 연설 속에서 그가 했던 목소리들인 것도 마찬가지다. 즉 일상과 정치가 하나로 엮여진 모습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다.

 

이것은 문재인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수평적인 대통령의 이미지다. 한 편에서는 열심히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일상이 깔려 있고 서민이 스며있다는 것. 문재인 후보는 광고를 통해 국민여러분에게 묻는다. “국가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느끼십니까? 나의 어려움을 함께 걱정해주는 정부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은 아마도 서민들이 지금의 정부에게 가진 가장 큰 아쉬움일 것이다. 나라는 세계 몇 위의 경제 대국이라고 연일 대서특필되지만 정작 더 팍팍해져만 가는 서민들의 삶. 문재인 후보는 질문을 통해 자신이 그런 서민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가 던진 세 마디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말은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의 대부분을 잡아낸다.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그럼으로써 생겨나는 정의로운 결과가 바로 문재인 후보가 국정 운영을 통해 세우려는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라는 것. 그럼으로써 마지막 슬로건이 제시하듯 ‘사람이 먼저’인 ‘새 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이 이 광고의 주 메시지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첫 광고 이미지 전략은 이처럼 서로 판이하다. 박근혜 후보의 광고가 정책적인 내용이 쏙 빠져버린 한계를 지니면서도 동정적인 이미지가 가진 힘을 한껏 강조함으로써 박근혜 후보가 가진 장단점을 제대로 활용해내고 있는 한편, 문재인 후보의 광고는 서민적인 이미지와 함께 자신의 핵심적인 정책 기조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광고의 이미지적인 힘으로만 보자면 문재인 후보의 첫 번째 광고는 이미지와 정책 기조가 결합됨으로써 박근혜 후보의 광고에 비해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 정책 기조가 현실로 다가오는 서민들에게는 어쩌면 그의 광고가 훨씬 더 실제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첫 포문을 연 두 후보들의 이미지 전쟁. 향후의 전략적 행보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