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런닝맨'과 '남격', 그 특별한 투표 독려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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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과 '남격', 그 특별한 투표 독려법

D.H.Jung 2012. 12. 1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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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과 <남격>, 투표 소재 참신하네

 

‘모든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온다 하였거늘, 뽑아준 백성들의 은혜는 잊은 듯, 그래도 백성들에겐 언제나 투표의 힘이.’ <런닝맨> 왕의 전쟁 편에 나온 이 짧은 자막은 대선에 즈음하여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게임 속에서 잘 표현해냈다. 이름표를 떼도 죽지 않는 왕과 오로지 투표를 통해서만 왕을 바꿀 수 있는 백성의 대결. <런닝맨> 특유의 게임으로 보여진 1시간 반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왕(王)자를 완성해 가는 ‘맛 대 맛 선택 레이스’는 최종 대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후보들의 레이스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예능적으로 장작을 패고, 기와를 깨고, 콩을 옮기고, 브로콜리를 멀리 불어 보내는 경기를 통한 은유였지만 막판에 한효주와 이광수가 왕 유력후보가 되어 양자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작금의 대선 구도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왕의 전쟁’이라는 본격적인 게임에서 왕과 백성의 대결을 그린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것이 대결구도를 이루는 것은 권력 관계 때문이다. 왕은 백성들의 투표에 의해 뽑혀지지만 막상 왕이 되서는 백성들을 잡아먹는 권력자로 변모한다. 초대 왕(?)이 된 광수는 권좌에 올라 이렇게 말한다. “왕을 시해하고 이름표를 떼려했던 그 모든 역적들. 투표를 통해 왕이 되고 싶어하는 나의 왕 권력을 탐하는 자들. 내 반드시 하나하나 잡아내서 기필코 뿌리째 뽑아 버릴 것이다. 나는 광해다. 김종국 넌 죽었다.”

 

물론 웃음을 위해 설정된 연기지만 왕의 변심은 권력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을 잘 드러내준 말이다. 이것은 투표에 의해 교체된 새로운 왕 한효주나 유재석도 마찬가지다. 백성으로서는 도망 다니기 바쁘다가 막상 왕이 되자 걷는 태도나 말투부터 바뀌는 그 모습은 보는 이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결국 투표용지를 찾아서 새로운 왕으로 바꾸라는 이 <런닝맨> 게임의 룰은 왕을 견제할 수 있는 백성의 유일한 힘이 투표에서 나온다는 걸 말해준다. 이만한 예능의 투표 독려법이 있을까.

 

한편 <남자의 자격>에서는 ‘남자 그리고 절대권력’이라는 주제로 역시 대선에 즈음하여 의미심장한 소재를 선보였다. 즉 새로운 리더를 뽑는 선거를 통해 절대 권력을 잡기 전의 모습과 잡은 후의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투표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줬던 것. 투표 전에는 “촬영을 쉬게 하겠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확실한 과거 청산. 과거의 잔재를 모조리 불사르겠다.”고 각오를 보이던 후보들이 막상 리더로 뽑혀 절대 권력을 쥐게 되자 전횡을 일삼는 모습은 웃음 뒤에 쓰디쓴 현실을 실감하게 했다.

 

대선 막판에 즈음하여 <런닝맨>이나 <남자의 자격>이 보여준 것은 결국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지만 막상 쥔 권력은 국민을 잊기 일쑤다. 그러니 국민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투표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수밖에. 이번 대선이 그 국민의 힘을 가장 크게 보여준 선거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