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오연서, 이장우로 드러난 <우결>의 맨얼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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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서, 이장우로 드러난 <우결>의 맨얼굴

D.H.Jung 2013. 1. 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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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 리얼보다 시트콤이 오히려 낫다

 

김태희-비에 이어서 오연서-이장우의 열애설. 연초부터 불거져 나온 일련의 열애설은 그 자체로는 사실 그다지 중대한 사안도 아니다. 연예인이건 누구건 서로 만나 좋은 감정을 가질 수도 있고 사귈 수도 있다.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약간의 실망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요즘처럼 개방적인 시대에 팬들이라고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할까.

 

'우리 결혼했어요'(사진출처:MBC)

하지만 이 열애설이 중대해지는 건 그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다른 사실들 때문이다. 김태희와 비의 열애설이 비의 불성실한 군복무 문제로 번졌던 것처럼, 오연서와 이장우의 열애설은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로 불똥이 튀었다. <우결>에서 이준과 알콩달콩한 상황을 보여주었던 오연서의 진실성이 의심됨에 따라, <우결>의 진정성 자체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른 것.

 

물론 이번 열애설로 오연서와 이장우가 함께 출연하는 MBC 일일극 <오자룡이 간다>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결>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드라마 속 커플은 진짜 커플로 밝혀진 셈이고, 반대로 가상 결혼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반응은 리얼임을 강조했던 버라이어티쇼 속의 커플은 가짜 커플로 드러난 셈이다.

 

하긴 가상 결혼을 내세운 <우결>을 완전한 리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대본에 의한 연기는 아니라는 것을 제작진은 늘 강조해왔고, 특정 상황 속에 벌어지는 감정들만은 진짜라는 걸 대중들에게 어필해오던 <우결>이 아닌가. 만일 이것이 그저 가상일뿐이고 대본에 의한 것이라면 <우결>에 출연했던 많은 커플들이 흘린 눈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는 말인가.

 

어쨌든 지금까지 <우결>의 핵심은 이 ‘가짜지만 진짜인’ 상황이 만들어내는 가상과 리얼 사이의 긴장감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연서-이장우의 열애설이 터진 마당에 <우결>은 더 이상 리얼을 강조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마당에 오연서가 이준과 가상 부부로서 <우결>를 찍으며 어떻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웃음은 연기가 되고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연서의 상대인 이준의 입장에서 보면 이 상황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가상부부로 엮어졌다는 것만으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니까. 함께 계속 출연한다면 이준 역시 거짓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예 내놓고 불륜인 아내 설정으로 오연서와 이준의 상황을 부여하면 모르겠지만, <우결>은 <사랑과 전쟁>이 아니지 않은가.

 

바로 이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 <우결>은 지금이 최대의 위기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은 프로그램 내에서의 오연서와 이준 커플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다른 커플들도 다시 쳐다보게 되는 빌미를 제공한다. “저거 다 대본이고 설정이야”라고 인지되는 순간 <우결>이 지금껏 가상과 리얼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놓은 탑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 이른바 ‘우결 마을’이 만들어지면서 <우결>이 점점 시트콤화 되어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는 의외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리얼을 강조하기보다는 아예 시트콤을 더 강조하는 편이 이제는 <우결>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훨씬 진정성 있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 상황’이라고 자꾸 강변하지 말고, 차라리 ‘이건 연기 상황’임을 드러내는 편이 낫다. 연기를 하다보면 진짜가 나오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 연기를 하다 보니 진짜가 나오는 상황은 사실상의 <우결>의 맨얼굴이다. 그간 연기는 없고 리얼이라고만 강조해서 가려졌던 부분이지만, 이미 맨얼굴이 드러난 지금, 그걸 감춘다고 해서 가려질 수는 없을 것이다. 오연서-이장우 열애설은 <우결>의 가장 약한 아킬레스건을 건드렸지만 이 상황은 어쩌면 <우결>의 새로운 변화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위기는 과연 기회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