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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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의 강호동 활용법, 제대로 되고 있나

D.H.Jung 2013. 1. 2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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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강호동에게 필요한 건 야생 수컷호랑이

 

강호동이 다시 방송에 복귀한다고 했을 때 가졌던 기대감에 비해 그 결과가 너무 소소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복귀 신고식을 치른 <스타킹>은 첫 회에 무려 16.2%(agb닐슨)의 시청률을 냈다. 하지만 그 후로 시청률은 13.4%, 10.7%로 뚝뚝 떨어졌다(물론 최근 약간 반등했지만). <무릎팍도사>는 정우성이 게스트로 나온 첫 회에 8.7%에서 시작해 6%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물론 이 몇 회의 시청률 추이를 갖고 강호동 복귀의 효과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기대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킹'(사진출처:SBS)

이렇게 된 것은 복귀하는 강호동에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기존에 그가 했던 프로그램으로 다시 복귀했다는 점이 그 기대감을 상당부분 누그러뜨렸다. <스타킹>은 그가 예전에 했던 그 전성기를 한참 지난 포맷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무릎팍도사> 역시 달라진 토크쇼 환경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속에서 강호동은 마치 1년 전에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니 1년의 공백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하는 <달빛프린스>는 어떨까. 아직 방영이 되지 않아 어떤 형태일 것인가를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그 형식이 토크쇼라는 것은 분명하다. 매주 게스트가 한 권의 책을 직접 선정하고 그 책에 따라서 주제가 선정되는 북 토크 형식이라고 한다. 강호동을 위시해 최강창민, 용감한 형제, 정재형, 탁재훈이 함께 MC로 투입되었다. <안녕하세요>를 연출한 이예지PD에 대한 신뢰가 있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강호동은 어떨까. 과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화된 자신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세울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토크쇼라는 점이 그 기대를 상당부분 떨어뜨린다. 너무 많아진 토크쇼들 속에 또 하나의 토크쇼라는 점도 그렇지만, 강호동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무릎팍도사>와 더불어 또 하나의 토크쇼를 하는 셈이니 말이다. 어떤 다른 면모를 보여줄 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토크쇼는 강호동의 진가를 끄집어내기에는 약한 면이 있다. <무릎팍도사>처럼 확실하게 그의 캐릭터를 잡아주는 토크쇼도 쉽지 않은 판이다.

 

강호동의 강점은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더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시베리안 야생 수컷호랑이!” 강호동이 자신의 MC 이미지를 가장 인상 깊게 만들어낸 것은 <1박2일>에서 이렇게 외쳤을 때이다. 너무 소리를 지른다고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강호동의 최대 자산이라면 바로 그 강인한 인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겨울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계곡에 서슴없이 들어가고, 밀려오는 파도 속에 몸을 던지는 장면은 다른 그 어느 누구도 그만한 효과를 만들어내기 힘든 강호동만의 특별함이 묻어난다.

 

왜 강호동은 자신만이 가능한 이 야생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지 않을까(그렇다고 <1박2일>에 들어가란 얘기는 아니다). 하긴 그렇게 그에게 최적화된 예능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만일 강호동을 제대로 활용하겠다면 그 야생의 힘을 끄집어낼 수 있는 형식이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제 아무리 강호동이라는 거물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그만한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방송사들의 강호동 활용법에는 그래서 강호동에게나 대중들에게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