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남다른 '무도' 사랑 보여준 싸이의 ‘젠틀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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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무도' 사랑 보여준 싸이의 ‘젠틀맨’

D.H.Jung 2013. 4. 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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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K팝 한류 타고 예능 한류도 전파하나

 

싸이의 성공에 <무한도전>의 지분이 있다면 얼마나 될까. ‘강남스타일’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뮤직비디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뮤직비디오의 성공에 <무한도전>은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것은 싸이가 <무한도전>에 출연해 노홍철에게 직접 밝힌 얘기다. “여기 할로윈 때 너 옷하고 재석이형 옷이 제일 많았어. 너한테 고맙다는 얘길 해야 되는 게 어떤 네티즌분들이 그런 얘길 많이 하시더라고. 이 뮤직비디오에 지분이 있었으면 노홍철 지분이 한 30%는 된다고. 외국 애들은 제일 터지는 게 이 장면이야. 되게 좋아해. 너무 더럽다고(웃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것은 아마도 싸이의 진심일 것이다. 싸이가 한창 미국에서 국제가수로서의 주가를 올리며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것은 그가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노홍철을 만나기 위해 심지어 지인의 도움을 얻어 헬기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 정도면 버선발로 나선 격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타임스퀘어의 신년맞이 행사에서 싸이는 <무한도전>을 초청했고 노홍철과 유재석, 하하는 그와 함께 무대에 올라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재연하기도 했다.

 

싸이의 신곡, ‘젠틀맨’의 뮤직비디오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대거 출연한 것은 그래서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무한도전>은 이제 마치 싸이의 곡과 항상 같이 할 것만 같은 크루의 이미지마저 풍긴다. ‘젠틀맨’에서 유재석은 화장실이 급해 엘리베이터에 오르지만 싸이가 층층의 버튼을 모두 눌러버리는 바람에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에 출연한다. 노홍철은 여전히 저질댄스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정준하와 박명수는 특유의 ‘불장난 댄스’를 선보였다. 하하는 ‘하이브리드’ 콘셉트로 미친 듯 춤을 추는 장면을, 길은 민머리를 드라이하는 장면을 보여주었고, 정형돈은 넘어진 여자를 일으켜줄 듯하면서 다시 넘어뜨리는 장면에 출연했다. <무한도전>의 캐릭터들이 거의 그대로 사용된 것이다.

 

<무한도전>의 관점에서 보자면 ‘강남스타일’은 일종의 맛보기였던 셈이다. ‘젠틀맨’은 <무한도전>의 캐릭터들이 모두 소개되었고, 그 안에는 과거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이른바 ‘겨땀’으로 큰 웃음을 주었던 싸이의 영상이 그대로 들어가 있기도 하다. 장차 전 세계를 강타할 ‘젠틀맨’의 뮤직비디오에 <무한도전>의 영상을 넣었다는 건 애정을 넘어 일종의 동반자의 의미까지 담겨진다. 거기에는 아마도 뮤직비디오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김태호 PD에 대한 헌사도 들어 있었을 것이다.

 

‘젠틀맨’에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영상이 들어 있는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 가요제가 보여준 이른바 B급 정서는 이른바 개가수들의 열풍으로까지 이어졌다. 애초에 전 세계를 겨냥했던 것이 아니라 국내의 트렌드에 충실했던 ‘강남스타일’은 여러 모로 당시 음원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던 <무한도전> 가요제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게다. 우연인지 아니면 의식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무한도전> 가요제의 음악이 갖는 B급 정서는 그만큼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싸이의 이 남다른 <무도>에 대한 애정이 K팝 한류를 타고 예능 한류까지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강남스타일’로 주목받은 ‘엘리베이터 가이’ 노홍철과 ‘옐로우 가이’ 유재석이 그렇다. 만일 ‘젠틀맨’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다면(이미 현실화되고 있지 않은가!) 그 뮤직비디오에 계속 출연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옮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싸이의 전 세계적인 성공에서 유머의 지분은 결코 낮지 않다. 싸이 스스로도 웃음이 없었다면 세계의 벽을 그렇게 쉽게 넘지 못했을 거라 증언하고 있다. 그러니 싸이의 성공을 그저 K팝 한류의 성공으로 치부하는 것은 어딘지 우리네 예능으로서는 억울할만한 일이다. 드라마, 영화, K팝이 모두 한류의 선봉으로 나서고 있는 지금 예능이라고 가능성이 없을까. 이미 일반인 리얼리티쇼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해외의 예능계에서는 실제로 한류 예능이 가진 연예인 출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점에 싸이의 성공과 그와 함께한 <무한도전>은 한류 예능에 큰 의미가 있다.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싸이는 K팝 한류와 예능 한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