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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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 허준'의 상승세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D.H.Jung 2013. 5. 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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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 탄 <구암 허준>을 둘러싼 잡음들, 그 씁쓸함

 

<구암 허준>은 마치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허준>의 리메이크를 하자고 제안한 사람도 그이고 9시 <뉴스데스크>를 8시대로 바꾸고 그 9시에 <구암 허준>을 편성한 것도 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암 허준>이 초반 5,6%의 저조한 시청률에 머물러 있을 때 그것은 김재철 전 사장의 경영적인 실패로 인식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당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도 <SBS 8시 뉴스>에 밀렸었기 때문에 8시부터 10시까지의 편성 전략은 총체적인 실패라고 말할 수 있었다.

 

'구암 허준'(사진출처:MBC)

그런데 최근 <구암 허준>의 시청률이 조금 오르면서 그 이유에 대해 상반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김재철 전 사장의 퇴진과 맞춰져 오른 시청률에서 이것이 파업참여 노조의 복귀가 그 원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것은 말도 안 된다며 오히려 김재철 전 사장이 뿌린 씨앗이 이제야 그 열매를 거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과연 <구암 허준>의 상승세는 어떻게 평가 내려야 할까.

 

먼저 미안한 얘기지만 <구암 허준>의 상승세는 이 양자가 주장하는 그 어느 것에도 그 이유가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구암 허준>의 시청률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은 그 어떤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라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힘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부에 허준(김주혁)이 서자로 태어난 자신을 비관해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던 부분에서는 이 허준이라는 소재가 그다지 힘을 발하지 못했지만, 그가 유의태(백윤식)의 문하로 들어가 의술을 배우며 병자를 돌보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허준 특유의 힘이 생기고 있는 것.

 

실제로 허준이 우상대감댁 심씨의 중풍을 고치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시청률을 8%대까지 끌어올렸다. 허준을 믿지 못하는 우상대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병자를 돌보기를 간청하는 허준은 부와 명성을 얻기에만 급급한 유도지(남궁민)와 비교되면서 진정한 의원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 최근 허준은 유의태에 의해 내쳐지면서 다시 위기에 처했지만 다시 삼적대사(이재용)를 따라 나병환자를 도우며 더 큰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아마도 삶이 팍팍한 현재의 서민들에게는 허준의 이런 모습은 그저 명의가 아니라 성자 같은 인상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 시청률이 8,9%에 이르게 된 것은 <구암 허준>으로서는 오히려 아쉬운 일이다. 초반에 5% 남짓한 시청률에 머물렀다고 해서 지금 현재의 시청률에 만족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만일 <구암 허준>처럼 완성도와 메시지를 갖춘 드라마를 9시대 30분이 아니라 10대 1시간으로 편성했다면 아마도 그 시청률은 이미 20%를 훌쩍 넘겼을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보면 <구암 허준>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편성의 성공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깊은 상처가 조금 아물었다고 해서 그것을 완치로 보긴 어려운 일 아닌가.

 

물론 김재철 전 사장의 퇴임이 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것은 적어도 이제 프로그램의 성패에 대해서 경영적인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프로그램 하나의 성패가 MBC의 성패로 가늠될 때 그 프로그램이 갖는 부담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또 김재철 전 사장 시절에 경영진들 때문에 프로그램 안 본다는 얘기도 이제는 조금 줄어들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자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구암 허준>이 조금 상승세를 타자 그것이 서로 자신들의 성과라며 나오는 이야기는 이 드라마 제작진이나 팬으로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병자를 고쳐 그 상으로 집 한 채를 지어주겠다는 것도 마다하며 오히려 그 병자가 기력을 되찾은 것이 자신에겐 큰 상이라 말하는 허준의 모습을 되새겨볼 때다. 작은 공도 크게 부풀리기 전에 그 불편한 마음에도 끝까지 방송을 봐준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돌려야할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