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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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역사를 예능에서 배우는 아이러니

D.H.Jung 2013. 5. 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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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神社)가 젠틀맨? <무도>가 알려준 우리 역사의 현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어쩌다 우리는 역사를 예능으로 배우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일까. <무한도전>이 ‘역사 특강’을 통해 준 감동은 역사적인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특히 수통 폭탄과 함께 자결을 위해 도시락 폭탄까지 준비한 윤봉길 의사의 이야기나,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만세 시위를 주도하다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옥사한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 또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인 조 마리아 여사가 ‘당당하게 죽으라’며 보낸 편지는 듣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빛바랜 사진으로 남아있는 유관순 열사의 퉁퉁 부은 얼굴이 일본 순사에게 양 뺨을 스무 차례 이상 맞아 그렇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결하려는 이와, 또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자식에게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하라’고 편지를 보낸 어머니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그들이 있어 지금의 우리가 있는 셈이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너무 쉽게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실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퀴즈 형식을 내세워 역사에 무지한 현실을 드러내곤 했었다. <1박2일>이나 <남자의 자격>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는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역사 퀴즈가 예능의 아이템에 머물렀을 뿐이었다. 누군가의 무식함을 보며 한바탕 웃었을 뿐, 그 뒤에 남는 씁쓸함을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그것이 자칫 예능을 무겁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역사 특강’은 그런 선입견과 한계를 훌쩍 넘어섰다. 본격적으로 역사를 다루면서도 웃음과 의미를 모두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 특강’ 전에 아이돌들을 대상으로 치러한 ‘헐 장학퀴즈’는 그 스튜디오 구성 자체가 <스타골든벨>을 가져온 것처럼 전형적인 예능식 퀴즈로 진행되었다. 말도 안 되는 답을 적는 것으로 무식을 드러내며 웃음을 주는 방식. 하지만 이 웃음은 우리가 너무나 역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심각해졌고 ‘역사 특강’이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멤버들을 이끌었다. 멤버들이 스스로도 배우고 아이돌들에게도 역사를 알리고자 특강을 준비하는 과정은 <무한도전> 특유의 깨알 같은 웃음을 놓치지 않았지만 또한 진지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바로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조차 ‘우리 역사를 배우자’고 나서는 작금의 현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지금 우리네 국사 교육은 고등학교 전 과정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되어 있다. 국사 과목이 점수 받기 힘들다는 인식은 많은 청소년들이 이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이다. 고등학교에서 국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3년 내내 우리네 역사에 대한 지식은 잊혀져버리고 마는 셈이다. 역사왜곡과 독도분쟁 등 우경화되어가는 일본과 동북공정이 나오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역사의식마저 희미해진다면 우리네 미래는 얼마나 불투명할 것인가.

 

그래서 <무한도전>이 역사를 다루면서 웃음기를 지우고 자못 진지해지는 그 지점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진다. 젊은 세대들이 역사를 너무 모른다고 탓하기 전에 역사 교육을 사실상 포기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유재석이 담담히 읽어가는 조 마리아 여사의 편지에 눈물 글썽이는 아이돌들을 보라. 그들 역시 우리네 역사의 아픔에 가슴 아파 하지 않는가. 역사교육에 대한 경종을 다름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 하고 있다는 것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