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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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월드스타 비,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D.H.Jung 2013. 7. 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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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듯 전역한 비, 앞으로의 활동 괜찮을까

 

10초 전역소감. 21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나온 비로서는 너무나 짧은 전역이었다. 다소 굳어진 얼굴로 해외 팬들과 취재진들 앞에서 거수경례를 한 비는 “많이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라는 짧은 인사만을 남긴 채 마치 쫓기듯 자리를 떠났다.

 

'강심장(사진출처:SBS)'

약 2년 전인 2010년 10월 그 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대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입대 이틀 전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열린 깜짝 콘서트에서는 무려 2만여 팬들이 몰려들어 연호하던 비였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두 차례나 올랐고, <스피드레이서>, <닌자 어쌔신>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해 진정한 ‘월드스타’로서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던 그였다.

 

가수로서 배우로서 또 제작자로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그의 ‘노력하는 이미지’ 덕분이었다. 그는 여러 토크쇼에 나와 자신의 성공이 끼와 재능이 아니라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히곤 했다. <닌자 어쌔신>이 개봉했을 때 그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지방질 제로의 몸을 만든 처절한 고생담을 언급하기도 했다.

 

JYP 시절 월드투어의 실패로 인한 잡음들이 가수 비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지만, 그런 이미지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에게서 풀풀 풍겨나는 땀 냄새가 선사하는 노력하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정도의 사건과 논란으로 인해 비의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는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올 초에 불거진 김태희와의 열애 보도는 연예병사의 군 복무 실태를 사회적인 의제로 끌어냈다. 무려 94일에 달하는 외박과 휴가 일수는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을 공분시켰다. 아파도 그저 버텨낼 수밖에 없는 일반사병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연예병사의 특혜의혹은 비에게는 일종의 경고 사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슬쩍 논란을 무마하고는 본래 상태로 돌아간 연예병사 관리의 문제는 결국 비에게 씻지 못할 오명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SBS <현장21>이 연예병사 관리의 허점을 포착해내면서 다시 비의 이름이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현장21>에서 비는 문제의 중심에 있지는 않았지만, 최고선임으로서의 책임과 불과 6개월 전에 벌어진 징계에 대해 자숙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병역의 의무를 마치지 못한 연예병사들에게 심지어 다시 복무시키라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국방부가 비를 예정대로 전역시킨다는 발표는 대중들의 갑을정서까지 끄집어냈다. 연예병사가 사적으로까지 유용됐다는 <현장21>의 취재내용은 국방부와 연예병사들 사이의 물고 물리는 관계를 유추하게 만들었다.

 

결국 비는 전역했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21개월 전의 월드스타가 아니었다. 물론 여전히 해외 팬들이 전역하는 비를 보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 대중들이 그에게 갖는 정서다. 비는 이번 연예병사 논란으로 인해 특유의 건실하고 노력하는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특히 민감한 부분이 바로 군대 문제다. 모든 이에게 평등해야할 의무가 실제로는 권력의 힘에 의해 차별되고 있다는 것이 대중정서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군 복무 문제는 그래서 해당 연예인의 활동 자체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승준이 여전히 입국이 거부되고 있고, MC몽이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 출연을 못하고 있으며, 싸이가 무려 두 번에 걸쳐 군 복무를 한 것은 이 문제가 얼마나 뜨거운 감자인가를 잘 말해준다.

 

그렇다면 비는 전역을 했다고 해서 과연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는 전역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21개월 전에 이 말은 그의 진심으로 다가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상황 속에서 비의 이 말을 대중들이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만으로 등 돌린 대중정서를 그는 과연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