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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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피한 비, 중징계 연예병사보다 안 좋은 이유

D.H.Jung 2013. 7. 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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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 연예병사보다 징계 안 받은 비가 더 문제

 

결국 춘천시 공연에 참여했던 8명의 연예병사 중 7명이 영창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1명은 근신 10일 처분이라는 경징계를 받았다. 연예병사 제도는 폐지하기로 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서 국방부도 공감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일련의 조치들 속에 들어있지 않은 인물이면서 빠짐없이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조치가 내려지기 직전에 전역한 비다.

 

비(사진출처:국방홍보원)

많은 이들이 연예병사 군 복무 기강의 문제를 촉발한 비가 당시에도 7일간 근신처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이번 사안에서도 최고참으로서 관리 소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빗겨난 것에 대해 그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비를 포함한 10여 명의 연예병사는 지원 필수서류를 제출하지 않고도 연예병사에 합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김 의원측은 전임 홍보원장이 일부 병사를 편애 했다며 “얼마 전 퇴임한 홍보원장은 지난해 2월 비에 대한 연예병사 면접 당시 면접관이었던 5급 사무관에게 ‘월드스타 정지훈의 면접을 감히 5급 사무관이 볼 수 있느냐’고 질타했던 것으로 국방부 감사결과 나타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모든 정황들 속에 비라는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것은 이 문제가 비에게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가를 되새겨준다.

 

이번 논란에 휘말린 연예병사들에게 사실 징계 그 자체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들에게 더 중요한 건 전역 후 연예계로 무사히 복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들은 전역한 후에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연예인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연예병사들의 해이한 군 복무 행태가 이미 드러난 상황에 이들이 대중들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결국 잘못 했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 때의 실수나 잘못이(그것도 국방홍보원의 잘못된 관리 행태에 의해 거의 방조된) 이들 연예병사들의 앞날까지 모두 막는다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죄가 있다면 벌을 받고 진정성 있는 군 복무를 통해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들에게도 다시 한 번의 기회는 주어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이번 사안이 몇몇 연예병사들의 돌출된 행동에서 비롯된 사건이 아니라 잘못된 국방홍보원의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따라서 이번 문제가 연예병사들만의 중징계로 끝나는 것은 자칫 이 사안을 병사들만의 문제로 축소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이런 연예병사의 처지를 이해한다면 당장의 징계를 피한 비가 이번 중징계를 받은 연예병사들보다 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잘못한 일에 대해 징계를 받는다면 그 자체로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그 비난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연예인으로서의 삶에서 이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에는 잘못한 일에 대해 합당한 벌을 받게 해주는 것도 당사자를 돕는 일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다른 문제도 아니고 군 복무 관련 문제가 아닌가. 대중정서가 안 좋아질 대로 안 좋아진 상황에서 혼자만 빠져나간 듯한 인상을 남기는 건 가장 안 좋은 선택이다. 징계를 면한 비의 문제는 그래서 중징계를 받은 연예병사들보다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