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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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준이와 78세 구야형에게 배운 것

D.H.Jung 2013. 8. 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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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의 준이, <꽃보다 할배>의 신구

 

<꽃보다 할배>에서 구야형 신구가 홀로 유럽에 배낭여행 온 한 청년에게 “존경합니다”라고 말하는 한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설명해준다. 할배들이 주인공이지만 프로그램이 손을 내미는 쪽은 젊은이들이라는 점. 이것이 가능한 것은 신구가 그랬던 것처럼 나이라는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버리고 그 순간에 젊은이와 소통하는 어르신의 자세가 있기 때문이다.

 

'꽃보다 할배(사진출처:tvN)'

이것이 가능한 것은 ‘청춘’이라는 공유점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는 그 청춘을 지금 현재 열정적으로 살아내는 중이고, 할배는 한 참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있는 청춘을 새삼 느끼며 그 젊은이를 부러워하는 중이다. 그가 던지는 청춘 예찬은 그래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춘들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된다.

 

“제일 부러운 것이 청춘이야. 아름답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우리는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어.” 그는 에펠탑이 지어지던 시기에 흉물스럽다 손가락질 받던 이야기를 끌어와 청춘들의 등을 두드려준다. “나는 요지경에서 끝나지만 지금을 살아가고 앞을 내다보는 젊은이들은 지금 이 시대 인정 못 받더라도 새롭고 가치 있는 걸 시도해보면 훗날에는 더 크고 명예로운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신구의 말이 특히 감흥을 준 것은 그가 살아낸 78년의 세월이 그 말에 묻어났기 때문일 게다. 또한 어떤 말을 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에 담겨진 청춘에 대한 자애로움과 심지어 겸손까지를 느끼게 해주는 신구의 태도다. 그저 권위적으로만 생각해왔던 어르신이 이런 할아버지의 얼굴로 내미는 소통의 손이 어찌 감동적이지 않을까.

 

78세 구야형이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가치를 알려주었다면 이제 갓 7살 먹은 준이는 어른들의 세상에 살면서 잊고 있었던 약속과 배려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사실 뭐 특별하다고 할 것도 없는 행동이다.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아침거리를 아이가 챙겨오는 미션이 주어졌는데 조금 일찍 일어난 준이가 먼저 재료를 구하러 가지 않고 기다리는 장면이 그 하나고, 약속시간에 재료를 구하러 갔을 때 아직 오지 않은 지아의 몫을 챙겨주는 장면이 다른 하나다.

 

그다지 특별하다 여겨지지 않는 행동이지만 그 반향은 컸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과 타인을 배려한다는 것의 가치를 준이가 그 순수한 행동을 통해 보여줬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무 흔해서 대단할 것 없다 여겨진 가치들은 그래서 종종 무시되고 지켜지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이 어찌 대단하지 않은 가치들인가. 실제로 현실의 대부분의 문제들이 이런 원칙이 무시되는 것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따라서 준이가 보여준 작은 행동이 그 자체로 어른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7살 아이 준이의 행동에 대해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는 것은 지금 이 시대의 소통에 대한 욕구가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지점에 도달해있다는 걸 말해준다. 7살 아이의 행동이든 78세의 어르신의 한 마디든 그것이 순수한 가치를 보여줄 때 누구든 귀는 열려지게 마련이다. 이것은 어쩌면 그 누구보다 소통이 중요한 이 시대의 정치인이나 지도층들에게 절실한 자세라 여겨진다. 그 순수함과 열린 마음으로 손을 내밀 때 비로소 진심이 소통될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