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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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의 급추락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D.H.Jung 2013. 8. 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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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썰전>, 강용석과의 상관관계

 

강용석을 구원한 건 물론 본인이다. 그가 꽤 치밀하게 방송인이 되기 위한 수순을 밟아왔다는 것은 <슈퍼스타K4>에 참가했던 사실에서부터 알 수 있다. 누군가를 평가하던(사실은 고발하던) 입장에서 <슈퍼스타K4>의 자리는 평가받는 이미지를 부여했다. 대중들이 그를 평가하고 심지어 비난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방송에 들어오는 티켓을 부여받았던 것.

 

'썰전(사진출처:JTBC)'

하지만 강용석을 좀 더 대중들 가까이로 끌어들인 인물은 김구라다.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은 물론 ‘김구라쇼’라고 해도 무방할 법한 김구라를 위한 토크쇼지만, 그 안에서 키워진 강용석의 존재감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것이 <썰전>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하드코어 뉴스깨기’와 후반부 ‘예능심판자’에 김구라와 함께 강용석이 출연하는 이유일 게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강용석에 대한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 한때 비호감 정치인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그가 방송인으로서 승승장구하던 몇 달 전을 떠올려보면 지금은 그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어마어마한 악플이 달라붙는 것을 볼 수 있다. 변호사로서 또 한때 정치인으로서 경험했던 것들을 토크의 무기로 장착하고 방송인으로서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감을 보여주던 강용석이었지만 이 신선감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어찌된 일일까.

 

가장 큰 이유는 <썰전>의 힘이 빠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용석의 존재감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며 심지어 종편 JTBC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지만 보편적인 시청층까지 확보한 프로그램이 <썰전>이 아니던가. 하지만 토크쇼가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썰전>에도 그대로 드리워지고 있다.

 

그나마 저력이 여전히 느껴지는 건 <썰전>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하드코어 뉴스깨기’다. 워낙 정치나 시사 문제를 소프트하게 예능으로 접근한 토크쇼가 부재했던 터라 이 코너가 가진 파괴력은 여전히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변호사가 때론 지나치게 의견충돌을 일으켜 가운데 앉아있는 김구라를 당황시키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하드코어 뉴스깨기’만의 특별함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드코어 뉴스깨기’에서도 강용석 변호사의 멘트의 힘이 초반에 비해 파괴력을 잃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초반만 해도 이 코너는 온전히 강용석 변호사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에 대해서 때론 지나치게 사적으로 접근하는(이를테면 정치인들이 목욕탕 가는 이야기 같은) 강용석 변호사의 이야기가 워낙 참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런 식의 엉뚱한 접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식상해지는 느낌이다. 최근 들어 이철희 소장이 더 주목을 끄는 것은 초반 시선을 끈 강용석 변호사의 이야기가 재미는 있었을 지 몰라도 점점 알맹이가 없다는 것을 간파한 대중들의 달라진 관점 때문이다. 정치문제와 시사문제에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강용석 변호사의 접근방식이 너무 가볍게만 여겨진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볼만한 부분이 많은 ‘하드코어 뉴스깨기’지만 후반 코너인 ‘예능심판자’는 그다지 확실한 재미를 뽑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허지웅 기자가 조금씩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하고는 있지만 강용석 변호사는 지나치게 아마추어적인 감상을 심지어 막말을 섞어 자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 대중들에게 그다지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설국열차>를 갖고 나눈 이야기에는 강용석 변호사가 가진 한계가 드러난다. 물론 호불호가 나뉠 수 있고 또 비판적 관점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자기만의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 “주입식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면서 “어떤 것을 주입받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그건 자칫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송강호가 열차의 보안설계자로 나오는데 문을 따는 방식이 “허접하다”고 표현한 것도 그렇다. 그것은 영화적 장치일 뿐이며 사실 어떻게 따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허접하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과하다는 인상이 짙다. 안철수 교수를 멘토 최장집 교수가 떠난 이유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강용석은 거의 소설에 가까운 때 아닌 ‘운영자금문제’를 이유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식의 아무렇게나 던지는 멘트는 강용석이 잠깐 방송인으로서 만들어냈던 호감의 요소마저 지워버린다. 불성실하게 여겨질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가 그토록 싫어한다는 ‘가르치려는 태도’의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아가 뭐든 자신이 던지는 말이면 대중들이 받아들일 것으로 여기는 태도로까지 보여질 수 있다.

 

비호감 정치인이었던 강용석이 방송인으로서 승승장구하는 것에 대해서 SBS 박상도 아나운서가 걱정스런 비판을 내놓았을 때 또 그걸 보고 대중들이 공감했을 때조차 강용석 본인은 아무런 입장이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아무런 자숙기간 없이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는 여전히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 더 많은 방송으로 승승장구 하는 모습은 방송인 강용석에게 좋은 이미지로 작용하기 어렵다. 그는 좀더 방송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안타까운 점은 강용석이 비호감으로 점점 전락하는 과정에서 그를 끌어내주고 함께 방송을 하고 있는 김구라의 이미지도 같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김구라의 진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함께 방송을 하다 보니 강용석이 하는 멘트에 때로는 리액션을 해줘야 하는 과정에서 김구라가 마치 동조자 같은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김구라로서는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강용석이든 김구라든 어떤 능력을 통해 방송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능력보다는 그 사람이 주는 호감이 우선한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볼 때다. <썰전>은 지금 바로 그 능력과 호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실로 중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