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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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라미란이 보여준 조연의 가치

D.H.Jung 2014. 2. 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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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라미란의 매력에 물든 까닭

 

몸매가 아주 자연스럽죠. 꾸며지지 않았어요. 얼굴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물론 아름다운 외모를 가꿔야 될 분들도 있지만 저는 제가 대한민국의 표준 정도라고 생각해요. 배도 좀 나오고.. 나이가 이렇게 됐는데. 팔뚝도 좀 굵을 수 있는 거고.”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라미란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하 22도의 방산시장에서 공사(?) 안하고 베드신도했고, 데뷔작이었던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목욕탕 장면이 있는데 자신의 엉덩이에서 카메라가 빠져 나오면서 시작한다고 했다. 그러자 몸매를 인정받은 게 아니냐는 김구라의 말에 자신의 외모를 자평한 것.

 

그녀는 자신이 노안이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영화 <댄싱퀸>에서는 엄정화 친구로 나왔는데 보기에는 정화언니 이모뻘인 외모 때문에 자신이 언니 언니하는 것에 주변에서 많이 놀라더라는 것. 그녀는 자신의 외모가 실제로 보는 것보다 화면으로 보면 10년 정도 늙어보이고 10킬로 정도 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듯 그 노안과 자연스러운 외모는 그녀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미 열 아홉 살 때 70대 노인 역할을 했던 그녀는 그 후로 몸종, 천민 역할 등을 했지만 요즘은 노처녀 역할로 격상됐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거꾸로 젊은 역할을 하게 된 것. “환갑 때도 이 얼굴일 거예요라고 말하는 라미란은 자신의 외모가 가진 강점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캐릭터 이름은 기억하는데 제 이름이나 얼굴은 잘 기억 못하세요.” 이 말은 배우로서는 라미란이 굉장히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연기란 배우 자신보다 배역으로 남았을 때 빛나기 마련이 아닌가. 물론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건 중요하지만 그것은 배우 자신을 드러낸다기보다는 배역에 대한 완전한 몰입을 통해서다.

 

“<더 킹 투하츠><패션왕>을 같이 했는데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인 줄 잘 모른다는 그녀의 너스레에는 많은 작품을 해도 잘 알려지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배우로서 중요한 장점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처음 본 느낌을 준다는 것. 이보다 배우에 적격인 인물이 있을까.

 

<괴물>에서 이른바 발동동 아줌마, <헬로우 고스트>에서는 노상방뇨를 하는 차태현에게 어딜 넘봐라는 애드리브로 변태 아줌마, <스파이>에서는 야쿠르트 요원으로, <차형사>에서는 홍석천의 즉석 애드리브로 기습키스까지 당한 그녀는 그래서 지난 청룡영화상에서 <소원>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그 연기를 인정받았다.

 

<라디오스타>에서 BMK물들어를 선곡한 이유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연기를 하면서 보시는 분들에게 제 연기가 물들어서 다 스며들고 잘 침투했으면 좋겠어요.”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녀의 이 자연스럽게 물드는연기 덕에 그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빛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미란은 그래서 모두가 주연이라고 말할 때 묵묵히 조연으로서 그 옆을 지켜주고 만들어주는 수많은 우리네 평범한 서민들의 얼굴을 닮았다. 아마도 <라디오 스타>의 라미란을 보며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면, 그것은 그녀의 얼굴에서 우리의 얼굴을 발견했기 때문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