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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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 심은경, 삼촌팬까지 사로잡은 비결

D.H.Jung 2014. 2. 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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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노래까지, 아이돌과는 다른 심은경의 매력

 

삼촌팬들의 눈에 꼭 들었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연기 공력이 남다르다. 영화 <써니>에서 촌스러운 스노우진을 입고 걸진 속사포 욕을 쏟아내는 모습에서 어떤 싹수를 느꼈다면, 이번 <수상한 그녀>에서는 이거 장난이 아닌데하고 놀랄만한 그녀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게다. 스무 살의 나이에 칠순의 내면 연기라니. 잘 생긴 외모에 잘 빠진 몸매 하나 믿고 연기판에 뛰어드는 그런 아이돌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공력이 아닌가.

 

'사진출처:영화 <수상한 그녀>'

무엇보다 연기력이 확실하다는 믿음 이외에 삼촌팬들의 눈에 쏙 들어온 또 다른 이유는 그녀의 연기를 대하는 태도다. 그녀는 지금껏 캐릭터에 빙의되는 것 이외에 예쁜 이미지를 억지로 만들려는 그런 모습 자체를 보인 적이 없다. <써니>에서 그녀가 했던 나미 역할을 떠올려 보라. 또 이번 <수상한 그녀>의 오두리는 또 어떤가. 그래도 한창 예뻐 보이고 싶어 할 나이에 그녀는 오히려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투리는 기본이고 걸쭉한 욕은 빼놓을 수 없는 옵션이다. 비디오형 여배우들이라면 소화해내기도 힘들고 심지어 피하고 싶은 그런 연기를 그녀는 일상처럼 해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사투리와 걸쭉한 욕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본래 귀여운 얼굴이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그녀가 귀엽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기에도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그 연기자로서의 모습이 보기 좋은 것이다.

 

<수상한 그녀>에서 그녀가 직접 부른 노래들에는 그녀만의 매력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오두리라는 배역 자체가 칠순의 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부르는 하얀 나비나성에 가면에는 스무 살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삶에 대한 결코 얕지 않은 감성이 묻어난다. 그런데 보기 드문 성숙한 감성을 담은 목소리가 차츰 후반부로 가며 고조될 때면 영락없는 스무 살의 록 스피릿이 튀어나온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스무 살의 감성에서부터 원숙한 나이의 감성까지를 동시에 아우른다는 것.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은 그래서 몹시 수상한(?) 내공을 보여주는 연기자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도 소화하기 힘든 연기생활을 쉬지 않고 해온 덕에 나이보다 원숙해진 속내가 갖춰졌을 게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녀 본연의 나이가 갖는 감성 역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심은경이라는 배우에게서는 성숙함과 귀여움이 동시에 묻어난다. 원톱 여배우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6백만 관객을 넘어선 <수상한 그녀>는 실로 그녀의 다양한 매력을 끄집어내는 데는 맞춤인 작품이 되었다.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까지, 한 없이 웃기다가도 한 없이 눈물짓게 만드는 그녀만의 매력은 물론이고, 또 스무 살의 톡톡 튀는 감성에 칠순의 원숙함까지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영화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 영화의 흥행 비결이기도 하다. 연기와 노래가 어우러지고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며 젊은 감성과 어르신들의 감성이 소통되는 그 지점에 이 영화의 감동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심은경이라는 배우를 관통한 이 무수한 감성들의 공존이 그 자체로 큰 울림을 만들었기에 영화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귀여운 데 연기도 잘하고 중년들의 감성을 이토록 잘 연기해내는 그녀. 게다가 어떤 역할이라도 척척 해낼 수 있을 만큼 연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까지 갖춘 그녀에게 삼촌팬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게다. 아마도 MBC 드라마 <단팥빵>에서 그 어린 아이로 나왔던 심은경을 떠올리는 삼촌팬들이라면 이렇게 성장한 그녀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내고 있을 지도.